국정기획위의 방첩사 개편안
보안 업무→국방정보본부, 각 군 정보작전참모부로
수사 업무→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 조사권도 안 남겨
방첩사 보안·방첩·수사권 중 방첩만 남겨

국정기획위원회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3대 기능 중 하나인 군 보안 업무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와 각 군 정보작전참모부 등으로 넘기는 개혁안을 잠정 확정했다. 방첩사의 안보 수사권은 국방부 조사본부(옛 헌병)로 이관하고, 방첩사가 요청한 조사권도 방첩사에 남기지 않기로 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기획위는 최근 방첩사에 방첩 및 정보수집 업무만 남기는 이 같은 개편안을 잠정 확정했다. 군 보안·방첩·안보 수사 등 방첩사 3가지 기능 중 보안·안보 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기관이 세부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기획위는 방첩사의 12·3 불법계엄 가담 이후 방첩 기능만 남기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다른 기능을 넘겨받을 기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방첩사가 맡아 온 군 보안 업무는 크게 보안 대책 수립, 군·방위산업체·연구기관 등에 대한 보안 측정(감사) 및 보안 사고 조사로 구분된다. 보안 대책 수립 업무는 국방부 본부와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방정보본부로 이관된다. 보안 측정 및 보안 사고 조사 업무는 국방정보본부와 각 군 정보작전참모부로 넘어간다.
방첩사의 안보 수사 업무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안도 확정했다. 국정기획위는 방첩사 요청에 따라 안보 범죄 관련 ‘조사권’을 남기되 수사권을 민간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사권은 입건 전 단계에서 현장조사나 자료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안보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게 되는 조사본부와 기능이 겹치게 되고, 민간 경찰이 현재 군 3대 범죄(군인 사망 관련 범죄·성 범죄·입대 전 범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군사법원법 44조 1·2항에 근거해 방첩사가 맡고 있는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내란·외환·반란 등 10가지 안보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조사본부로 넘어가게 됐다.
방첩사가 입건하는 안보 수사 사건은 연간 5건 안팎이다.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방첩사는 2021부터 2023년까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13건을 입건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건을 입건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안보 수사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씩 걸린다”며 “단순히 입건·기소 건수로 업무량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첩 및 정보수집 업무는 방첩사에 남겨두기로 했다. 방첩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북한·외국의 정보 활동을 확인·견제·차단하기 위한 정보수집 및 배포 활동 등을 말한다.
방첩사가 군 인사 자료로 쓰이는 신원조사 업무를 유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서 폐지·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의 신원조사는 2성 장군·4급 군무원 이하를 대상으로 준법성·직무자세·품성·생활상태·대인관계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첩관들이 이른바 세평을 수집해 작성한 신원조사 회보서는 군인들의 인사 자료로 쓰인다.
군 내부에선 신원조사권이 악용돼 방첩사가 무소불위의 기관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대로 군 내부의 감시를 위해 신원조사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원조사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국군기무사령부(방첩사의 전신)가 국군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될 때도 제기됐지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방첩사의 기능 분리가 ‘보안→방첩→수사’로 이어지는 안보 업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정기획위는 그러나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는 대로 개혁 방안을 추가 논의해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