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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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무분별 특정 정당 후보 비하·혐오 표현 제지 과정서 ‘특정 정당 지지’ 항의·오해 발생 선관위 “교육 목적의 지도 중립 지키며 조심”

#1. 인천 연수구 중학교 교사 A씨는 최근 학교에서 ‘코알라, 부엉이, 바위’ 등의 말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발견, “자칫 오해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지도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선생님 그 정치인 좋아하세요?”라며 추궁하듯 되물었다. A씨는 “학생들이 웃으며 장난을 치는 것 같았지만 난감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선 기간이라 혹시 문제가 될까 봐 걱정도 된다”고 토로했다.
#2. 인천 남동구 고등학교 교사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일부 학생들이 특정 정당 대선 후보 비하를 넘어 모욕까지 해 학생들 간 다툼이 생길 지 몰라 제지했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이 그 정당을 지지하니까 비판하지 못하게 제지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B씨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함구를 해야 한다”며 “신고 당하거나 오해 받을지 몰라 섣불리 지도조차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대선을 앞두고 인천지역 교사들이 학생들이 정치적 이슈를 담은 혐오 표현을 해도 제지하지 못하는 등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교사는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 개인적인 온라인 공간에서도 선거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이 특정 정당 후보를 비하하거나 혐오 표현을 사용해도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항의를 받아 골머리를 앓는다.
교사들은 교육 목적으로 지도하지만 학생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느냐”, “나는 그런 의도로 얘기한 게 아닌데 선생님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니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항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생들의 장난으로 보이지만, 말을 더 이어가다가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데다 학부모들에게 얘기가 와전되면 자칫 문제가 커질 수도 있어 교사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이다.
중학교 교사 김모씨(44)는 “최근 학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혐오 표현, 정치 발언을 무분별하게 쏟아낸다”며 “지도하고 싶지만 오해를 살까 그냥 모른 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토론도 아닌 학생들 혐오 표현을 지도하는 데도 극도로 조심해야 하니 당혹스럽다”며 학교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법에 따라 교원 등 공직자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며 “교육 목적의 지도 역시 중립 의무를 지키며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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