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숨 기획전 ‘돈 들어오는 그림’

2025-12-09

 ‘돈 들어오는 그림’이라지만, 전시장에서 황금돼지나 복조리, 잉어, 금괴 같은 걸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물론 전시장에는 ‘돈 들어오는 상징’ 56개를 붙여 놨고, 그 중간 중간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 통용되는 돈 들어오는 상징물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전시의 본질은 그 56개의 상징물이 아니다. 진정 당신의 마음에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화가들의 작품이다.

 전주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 기획전 ‘돈 들어오는 그림’이 19일까지 열린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힘에 기대 삶의 균형을 다져왔다. 해바라기, 코끼리, 부엉이와 같은 상징들은 행운과 재물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반복적으로 소비돼 왔다. 그러나 이 기복적 상징들은 대부분 미신적 믿음 위에서 대량 생산된 이미지로, 오늘의 미적 감각과는 거리를 둔 채 관습적 장식물로 남아 있다. 이번 전시는 미적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행운’이라는 이름만으로 기능하는 물건들. 그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삶에 들이고 있는지 기록하고 질문하고 있다.

 전시장 한 면에는 56개의 ‘돈 들어오는 상징’이 나붙어 있고, 나머지 벽면에는 돈 들어오는 상징은 아니지만 그보다 미적 완성도가 높은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무엇이 진짜 돈 들어오는 상징인지 관람객이 직접 비교해보라는 취지다.

 전시를 기획한 박마리아 작가는 “이번 전시는 행운을 부르는 이미지들이 왜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지, 그 믿음의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시각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갱신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며 “예술이란 행위 자체가 이미 우리의 삶을 재해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기원’임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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