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념 확고하다거나 타협적·전략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려워"
"대학 재학·졸업 등으로 입영 연기…병역거부 의사 표시 안 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본인이 사회주의자라며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고 대체역 편입을 신청한 남성이 서울지방병무청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서울병무청과 병무청 산하 대체역심사위원회(심사위)를 상대로 낸 대체역편입신청기각결정취소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았으나, 2020년까지 대학교 재학·졸업 예정, 자격시험 응시, 대학교 편입 및 대학원 진학, 개인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를 사유로 여러 차례 징집을 연기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현역병 입영 통지를 받자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인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고 대체역으로 복무를 이행하고자 한다"며 심사위에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심사위는 "A씨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해 군 복무를 거부하고 있으나, 모든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주체, 목적, 방법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전쟁에 한해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신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아울러 심사위는 A씨의 군 복무 거부 신념이 모순되며, 대체역 복무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병무청은 2021년 A씨에게 재차 현역병 입영 통지를 했으나 A씨는 입영일시에 입영하지 않았고, 서울병무청은 A씨를 고발했다.
이후 A씨는 심사위의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결정과 서울병무청의 현역병 입영 통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서울병무청을 상대로 낸 소송은 각하하고, 심사위를 상대로 낸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양심이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그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거나, 진실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해 대체역에 편입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주장하는 '정당하지 않은 주체, 목적, 방법으로 행하여지는 폭력과 전쟁에 관한 병역 거부' 등은 개념 설정이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가치판단에 따라 수시로 변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병역의무의 수용 여부가 유동적·가변적인 것이 되는 것은 신념이 확고하다거나 타협적·전략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A씨는 2012년 재학 중이던 대학에서 진행한 '병역거부자와의 인터뷰'를 주요한 병역거부의 계기로 들고 있으나 2017년까지는 대학교 재학 또는 졸업 예정, 2019년까지는 자격시험 응시,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신청했을 뿐 국가기관에 대해 병역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이 상당하다는 점은 인정되나 A씨가 주장하는 양심이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해 대체역에 편입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헌법상 양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