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명 방문하는 대형 행사
만영문화재단, 한인회가 추진


평화의 소녀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문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미에선 처음이다.
지난 202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억의 박물관(Museo de la Memoria)’에 설치하려다 일본 정부의 반발로 미뤄지다 약 3년 만에 대중에 공개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한인회, 만영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5월 12일까지 열리는 제49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도서 박람회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다.
이 박람회는 지난해만 112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남미 최대급 문화 행사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의 가전업체 피보디(Peabody)의 대표이자 만영문화재단 설립자인 최도선 회장은 “한국은 광복 80주년,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은 60주년이 되는 올해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국제 도서 박람회와 연계한 데 대해 “남미에서 열리는 가장 큰 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에게 소녀상의 의미와 역사를 널리 알릴 기회”라고 설명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박람회장 내 아르헨티나한인회와 만영문화재단 측이 마련한 부스에 설치된다.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제작한 높이 1.4m의 소녀상은 가로세로 2m의 대리석 판 위에 놓이게 된다. 소녀상 개막식은 25일 오후 6시(현지 시각)다. 박람회 기간만 전시되는 평화의 소녀상은 행사가 끝나면 다시 만영문화재단측에서 설치 장소를 찾을때까지 보관하게 된다.
평화의 소녀상 개막식과 함께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관련 행사들도 열린다.
만영문화재단 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생애를 다룬 만화 ‘풀(Grass)’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하비상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진행한다.
또, 아르헨티나 한인 2세인 세실리아 강 감독이 제작한 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내게서 출발한 배(Partio de mi un barco llevandome)’의 상영회도 열린다. 위안부 역사와 관련한 에세이 공모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아우스트랄대 등 7개 대학의 한국학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학협회가 심사를 맡는다.
한인회와 만영문화재단 측은 소녀상의 의미를 담은 팸플릿도 제작해 방문객에게 나눠 줄 예정이며, 역사 홍보를 위해 관련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이번 국제 도서 박람회에 소녀상이 설치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 회장은 “원래는 방문객이 가장 많이 다니는 행사장 정문에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일본 정부가 반발해 전시장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며 “소녀상 설치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지난 역사를 바르게 알리고 다시는 아픔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웹사이트: www.laninadelapaz.com.ar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