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중심축 이동한다"…제약·바이오 리더십 대격변

2025-12-15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말을 기점으로 연구개발(R&D) 분야를 중심으로 리더십 재편과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 구조의 중심이 바이오·인공지능(AI) 등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도 사업 전략과 조직 운영 방식을 이에 맞춰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이들 업체들의 변화가 앞으로 성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141080)는 최근 루닛에서 최고의료책임자(CMO)를 역임한 옥찬영 박사를 중개연구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옥 박사의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의 과학적 타당성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루닛은 그간 연구를 함께 진행해 온 안창호 상무를 신임 CMO로 선임하며 내부 안정화에 나섰다.

전통 제약사에서도 R&D 수장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과 이영미 R&BD본부장이 올해까지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001060) 역시 박찬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의를 밝히면서 강진석 신약연구센터장이 당분간 CTO를 겸직한다. 광동제약은 이달 초 박상영 경영총괄 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하면서 기존 최성원 대표이사 회장이 R&D 등을 총괄하는 데 전념하도록 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그간 그룹의 R&D를 이끌던 박재홍 동아에스티 총괄사장이 떠나면서 성무제 에스티팜(237690) 사장이 그룹 R&D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겸하는 체제로 재정비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바이오의약품과 AI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진 환경 변화에 따른 재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JW중외제약은 유전자치료제 분야 전문가이자 헬릭스미스 창업주인 김선영 박사를 R&DB 고문으로 영입해 새로운 모달리티 연구 역량을 강화했다. 또한 JW생명과학 등을 이끌어온 함은경 총괄사장을 신임 공동대표로 선임하며 8년 만에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리가켐바이오에 합류한 옥 박사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진료 교수로 활동한 임상의이자 중개연구 전문가로 루닛에서 AI 기반 병리학적 바이오마커 개발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은 대기업들 가운데는 오너 3세들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326030)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전략본부는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으로, 최 본부장은 경영 핵심에 전진 배치된 셈이다. 또한 방사성의약품(RPT) 개발 전담 본부를 신설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내년 송도 바이오캠퍼스 제1공장 완공을 앞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하며 그룹 차원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젊은 리더십도 눈에 띄게 부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올해 30대인 안소영 상무와 40대인 김희정 부사장을 임원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모두 회사 출범 이후 최연소 여성 임원이다. 삼성바이오는 “민첩한 의사결정 구조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 중심 인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1981년생 신지은 부사장, 1987년생 정의한 상무 등 30·40대 임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기업들도 이에 맞는 리더를 세우기 시작했다”며 “이를 통해 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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