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서 단편 애니 '알사탕'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 참석
제작사 토에이 와시오 PD "일본 애니 아닌 한국 이야기로 보이도록 노력"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을 수상한 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백희나 작가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위해 관객들 앞에 나섰다.
백희나 작가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 '알사탕'(일본 토에이 제작)의 시사회에 참석했고, 문학 기자들이 아닌 영화 기자들을 만났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백 작가는 "'알사탕' (주인공 동동이의) 모델 역할을 했던, 저에게 영감을 줬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금은 고3이 됐다. 그런 동동이가 영화 속에선 아직 그대로인 걸 보니 굉장히 고맙고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 작가는 "내가 그린 작품 주인공의 목소리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애니메이션에서 동동이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됐다"며 "마치 제가 알사탕을 먹고 동동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 같아 감동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백 작가는 "토에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토에이의 제작 제안이) 굉장히 기뻤지만, 쉬워 보이고 싶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말씀드렸다"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원한다. CG로 제작하면 그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 등등. 그랬더니 'CG로 모델링을 해서 먼저 보여주겠다. 그게 마음에 든다면 허락해달라'고 했다. 모델을 만들기까지 거의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제작 이전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은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은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 등 으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애니메이션 명장. 그가 한국의 동화를 원작으로 처음 작업한 것이 '알사탕'이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알사탕'은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지브리 스튜디오와 함께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는 지난 2023년에 개봉해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흥행 대박을 이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이 날 기자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토에이의 와시오 다카시 PD는'알사탕'을 읽은 후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ㄹ면서 "클레이 기법의 그림체와 스토리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며 "단편이라 상업성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어서 회사를 설득했고 영화제에도 출품했다"고 말했다.
토에이의 제작진은 백 작가와 애니메이션 각본 작업을 하면서도 백 작가의 의견을 거의 모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원작이 뛰어나 원작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는 것.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도 수시로 한국어로 번역해 백 작가의 감수를 받았다고 와시오 PD는 밝혔다.
와시오 PD의 이야기 중 눈에 띈 것은, '알사탕'의 주인공인 동동이가 자칫 일본 어린이로 비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는 것. 와시오 PD는 "무의식중에 일본 아이처럼 만들면 어쩌나 걱정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아이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지 충분히 논의했다"며 "애니메이션 로케이션 역시 실제 한국 동네를 배경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은 백 작가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백 작가는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제작진들이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며 "원작을 깊이 이해하려고 한글 공부까지 하셨다"고 말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이미 지난해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단편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