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대규모 관세정책이 단순한 협상용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최우선 추진될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폭탄의 설계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무역 차르’로 점찍으면서 정책 실행에 나설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12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와 그의 정책팀은 관세정책에 대한 의회·대중용 홍보 메모를 작성해 최종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모에는 “전통적 경제모델은 관세가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할 수 없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트럼프 관세를 연구한 결과 모든 산업에서 국내 생산이 증가했다”며 “기존 경제모델을 가정한 조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결과”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폴리티코는 또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와 동료들이 이미 수개월 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100일간 수행할 경제정책을 준비했으며 의회 관계자들과 관세정책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에서 관세정책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한 인물로 알려졌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상무부와 USTR를 포함해 무역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USTR 대표를 지내며 관세정책을 이끄는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했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은 논란의 대상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설명과 달리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미국 제조업은 물론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에 세계 각국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오히려 트럼프 재임 기간 중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8년보다 283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봤다. 만약 상대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한다면 미국 GDP 감소 규모는 7210억 달러로 확 늘어난다.
물가도 부담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해당 상품의 가격이 한 번 인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일회성 변화”라면서도 “상대 국가가 대응에 나서 관세 인상 조치를 서로 주고받는다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는 보복 관세를 시사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우리에게 25%의 관세를 매긴다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외교적 논란과 별개로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정책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르면 임기 첫날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을 활용해 관세 부과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