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이 부산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19~20일 정명훈 지휘의 콘서트오페라 ‘카르멘’에서 남자 주인공 돈 호세 역을 맡아 부산 관객을 울렸다. 현지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나마 몇 장 안 남아 있던 이튿날 공연 티켓도 첫날 공연 이후 완전히 동이 났다.
18일 최종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이용훈은 “정명훈 지휘자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무대에 서기 위해 유럽 스케줄을 정리하고 왔다”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흔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번에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카르멘’ 프로그램은 이용훈의 의사를 존중해 선택됐다. 그는 “부산콘서트홀 측에서 하고 싶은 작품을 물어 왔고, 한국에서 선보인 적 없는 ‘카르멘’과 ‘토스카’ 가운데 한 작품을 희망했다”며 “그중에서 정 감독님이 ‘카르멘’을 낙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훈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잘 알려진 세계 정상급 테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로열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등 세계 정상의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해 왔다. 해외 활동이 중심인 이용훈은 2023년 ‘아이다’(세종문화회관)로 프로 데뷔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후 올해까지 3년째 내한해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르디의 ‘오델로’(예술의전당) 주연을 맡았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테너의 조합인 만큼 일정은 빠듯했고, 연습은 약 2주간 밀도 높게 진행됐다. 이용훈은 “거의 매일 리허설을 진행했고, 공연 전날까지도 연습을 이어갔다”며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오페라는 ‘미니 오페라’라 부를 만할 정도로 의상과 연기를 가미한 연출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콘서트오페라가 오케스트라 앞에서 성악가들이 정장 차림으로 주요 아리아를 부르는 형식이라면, 이번 무대는 그 틀을 넘어섰다. 이용훈은 “처음에는 기존 콘서트오페라 방식으로 접근하려 했지만, 관객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다 보니 연기와 의상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며 “과하지 않은 선에서 연출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카르멘’은 배우들이 의상과 소품을 갖추고 무대 전체를 활용해 노래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무대로 완성됐다. 이외에 미셸 로지에(카르멘·메조소프라노), 김기훈(에스카미요·바리톤), 카라 손(미카엘라·소프라노) 등도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이용훈에게 ‘카르멘’의 돈 호세 역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유학 시절, 학생 신분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이 바로 이 역할이었다. 미국 버몬트주 미들베리(Middlebury, Vermont)의 소규모 지역에서 올린 공연으로, 정식 오페라 극장이 아닌 교회 무대에서 시작한 경험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오페라의 서사와 인물에 깊이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프로 데뷔 뒤 다시 돈 호세 역을 맡으면서는 원작 소설까지 탐독하며 그의 내면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됐다.
“돈 호세는 인생의 갈림길마다 자신이 내린 선택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가장 사랑했던 카르멘까지 죽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정한 군인이자 착한 아들이었지만, 사랑의 열정에 휩싸이고 질투에 잠식돼 점차 무너져 갑니다. 인생이 파멸에 이르는 그 과정 면면에서 드러나는 돈 호세라는 인물의 다양한 색깔을 관객에게 전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해외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용훈이지만, 한국 무대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 다만 향후 2~3년간 일정이 이미 가득 찬 상황에서, 국내 공연 제안이 상대적으로 촉박하게 이뤄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장기적인 제작과 준비가 어려운 국내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이용훈은 “한국 관객을 더 자주 만나고 싶지만, 스케줄 여건상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더 많은 오페라 무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해외에선 스타인데,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훌륭한 성악가들이 많습니다. 공연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반과 장소, 그리고 제도가 갖춰진다면, 해외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만한 오페라 무대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출연하는 오페라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국내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한국 관객들로부터 분명히 사랑을 받으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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