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 아스팔트 균열 만들어
도로 파임현상 가속화 등 부작용
생태계에도 치명… 사용 자제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김동일(사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장은 26일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싼 가격 탓에 친환경 제설제보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염화칼슘을 주로 사용한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원장은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염화칼슘은 식물과 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은 날이 따뜻해지면 액체 상태로 땅에 흡수되고 식물의 뿌리를 손상시킨다”며 “염분이 식물에 축척되면 광합성과 증산작용을 방해해 고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하천으로 유입된 염화칼슘은 수중 염도를 높이고 변화에 민감한 어류와 양서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육지에서 서식하는 동물의 경우 염분이 축적된 물을 섭취함으로써 2차적 피해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지나친 염화칼슘 살포는 도로 파임현상(포트홀·pothole)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자동차와 철제구조물 등을 부식시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염화칼슘에 포함된 염소 성분은 노후화된 아스팔트 사이에 균열을 일으킨다”며 “약해진 지반 위로 차량의 하중이 반복해서 가해지면 포트홀이 발생한다.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로를 보수하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2023년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는 염화칼슘으로 인한 대표적인 재난으로 꼽힌다. 김 원장은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이 빗물과 섞여 정자교 균열 틈으로 스며들었고 철근을 부식시켰다”며 “장기간 유지보수 없이 방치되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사고로 다리를 건너던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구조물과 함께 추락, 병원에 옮겨졌으나 여성은 끝내 사망하고 남성은 크게 다쳤다.
김 원장은 독성이 강한 염화칼슘 사용을 지양하고 염분이 적은 친환경 제설제 도입과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빙이 잦은 지역에는 열선을 까는 등 스마트 제설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염화칼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변에 식생 보호대를 설치하고 내염성 식물을 심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염화칼슘 사용 후에는 환경에 대한 영향 모니터링을 강화해 생태계 건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들이 제설 장비를 구비하고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며 “폭설 시에는 유연근무제와 등하교 시간 조정 등을 통해 신속한 제설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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