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 놀이와 도박 사이

2025-06-30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다소 상승세가 꺾이긴 하였지만, 골프는 이제 대중화된 스포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국내 골프 인구가 500만이 넘고 전북에만 20군데가 넘는 골프장이 있다고 하니, 많은 도민이 취미로 골프를 즐기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골프장에 가게 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한 타당 만 원 어때?”, “타당 천 원씩 해서 캐디피와 간식값으로 하자~”, “내기를 해야 집중해서 치고 실력도 는다!”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친구끼리 혹은 동료끼리 골프를 하며 내기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골프 내기, 어느 순간 도박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에 따라 이기고 지는 걸 결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연’이란, 경기하는 사람이 미리 확실하게 결과를 예측하거나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합니다. 백돌이가 싱글 플레이어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골프는 분명 개개인의 실력이 중요한 스포츠이지만, 바람, 날씨, 잔디 상태 같은 요소들 때문에 공이 어디로 튈지 100%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도 골프와 같은 스포츠라고 하더라도 내기를 한 행위가 경우에 따라서 도박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처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내기가 불법은 아닙니다. 형법도 형식은 내기이지만 “일시적인 오락 수준”은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인들과 골프를 칠 때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지인들이 직접적으로 저에게 얼마부터 도박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법이 내기 금액의 액수에 따라서 도박죄의 성부를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같은 금액이라도 도박죄에 해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법원은 도박의 시간과 장소,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내기를 한 경위, 횟수와 빈도, 참여자들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박인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회 이상 반복하거나, 수백만원 이상의 금전이 오간 사안, 1홀당 5만원씩을 내어 놓고 18홀 경기를 3회 실시하여 금액이 1,080만원에 이른 사안, 총 32회에 걸쳐 상금 합계 약 6억 6,600만원에 이른 사안, 총 26~32회에 걸쳐 합계 8억여 원에 이른 사안에서는 법원이 상습도박으로 엄한 처벌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반면, 가볍게 커피를 사기로 하거나, 한 번 정도 밥값 내기를 한 수준, 금액 대부분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캐디피나 간식값으로 지출하기로 하는 정도로는 도박죄로 처벌받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는 지인분들에게는 간단히 ‘액수를 떠나 돈을 잃었어도 즐거움이 남았다면 놀이, 분함만 남았거나 본전 생각이 든다면 도박’이라는 생각으로 자기 검열을 하시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어떤 일이든 본래 의도한 목적이 있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골프라면 주로 함께하는 동반자들과의 즐거운 추억이라거나 플레이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겠습니다. 라운딩을 돌다 보면 처음 의도했던 목적을 상실하고 돈을 따거나 본전을 찾기 위해 골프장에 오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홀에서 동반자 간에 큰소리가 오가고 캐디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십중팔구는 골프 도박에 중독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기는 이따금 골프의 재미를 살려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의 기준을 넘는 순간, 형사처벌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골프만이 아니라 내기를 동반한 스포츠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만의 법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세워보고, 형법상 도박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포츠의 주객이 전도되지는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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