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유심 교체를 예약했는데도 ‘eSIM으로 바꾸라’는 문자만 왔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요.”
SK텔레콤이 유심(USIM) 재고 부족을 이유로 고객에게 eSIM 전환을 안내한 뒤, 전환 후 발생한 기술 문제는 고객 책임으로 돌리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유심 재교체 비용까지 청구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SK텔레콤은 고객에게 ▲유심 실물 교체 ▲유심 재설정 ▲eSIM 전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선택권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고 설명 역시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안내 문자엔 ‘선택 가능’…현장에선 사실상 eSIM 일변도
제보자 A씨는 유심 교체를 사전 예약한 SK텔레콤 고객이었다. 실제로 A씨가 받은 안내 문자에는 “이심 또는 유심 교체 중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문자의 핵심 링크나 유도 문구는 셀프 개통용 eSIM 교체 안내로만 구성돼 있었고, 대리점에서는 유심이나 설정 변경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결국 구체적인 설명 없이 eSIM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안내에 따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셀룰러 모델 모두를 eSIM으로 전환했으나, 곧바로 아이패드에서 LTE 신호는 잡히지만 기기 간 동기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애플 고객센터는 “기기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고, A씨가 다시 유심으로 되돌리자 문제가 즉시 해결됐다.
◇ ‘정상 개통’만 반복…유심 재교체는 유료?
문제 발생 후 A씨가 SK텔레콤에 문제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개통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기기 설정의 문제일 수 있다”는 식의 안내뿐이었다. 기술적 원인을 제조사 측의 문제로 한정하는 듯한 응대였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을 재교체해야 했으나, SKT 측은 “1회 무료 교체 이후는 유료”라는 기준을 내세웠다.
A씨는 “선택권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제한된 방식으로 전환을 안내했는데, 문제가 생기자 고객이 자발적으로 유료 교체한 것처럼 처리한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SK텔레콤 “지침은 있었다…현장 이행엔 한계 있을 수도”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예약 고객 중 eSIM이 가능한 단말기를 사용하는 경우, 셀프 개통을 유도하는 문자를 발송하고 있으며, 문자에는 유심 교체도 가능하다는 안내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3가지 옵션’을 사전에 고지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전국 2,600여 개 유통망에 동일한 지침을 전달했으며, 각 대리점에서도 eSIM, 유심, 재설정 등 3가지 방식이 안내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별 매장의 응대 수준이나 설명 방식의 일관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특이 사례 발생 시 현장의 실수를 분석해 개선 가이드를 추가로 배포하고 있으며, 대리점 직원이 고객의 단말기 설정 환경까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만큼, 예외 상황에 대해서는 고객센터를 통한 정밀한 안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선택권과 책임 사이…고객이 감당하는 빈틈
이번 사례는 안내 문자의 표현과 현장의 대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침상 선택권은 존재하지만, 고객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고, 문제 발생 후에도 책임 소재에 대한 분명한 설명 없이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는 것.
이동통신사의 기술 전환은 고객 편의 증대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SK텔레콤은 eSIM이라는 새로운 기술 도입과 선택권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설명이 부족했고, 책임은 고객에게 전가됐다.
기술 검증의 부족, 현장 커뮤니케이션의 단절, 사후 대응의 미흡이 겹쳤을 때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감당하게 된다. SK텔레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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