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삼성화재가 최근 정년에 이른 직원들을 상대로 계약직으로의 신분 전환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인건비 부담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노조 등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이 같은 행보가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 인건비 부담 등을 덜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꼼수'란 지적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삼성화재 노동조합이 소속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노조연대)는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업무계약직 전환 및 전적 공모 신청을 받고 있다. 정년에 이른 직원들을 상대로 일시 위로금을 주고 2년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에서 정년에 임박한 직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면담을 통해 일시위로금을 받는 대신 2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계약직 신분 전환 시 임금 조건은 현행 연봉 기준으로 2년치를 주는 방식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업무계약직의 경우 자율형 계약직과 재택근무 형식의 청약점검 업무로 구분했다. 자율형 계약직(1~2년)의 경우 신청자격은 근속 15년 이상이며, 직무는 본부 및 부문 개별 협의로 배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근속 10년 이상의 직원은 자동차 및 장기보험 청약점검 직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삼성화재의 자회사형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로의 전적 대상은 영업관리 경력 보유자로, 충청(천안) 및 전남(순천)지역의 공백 인력을 보충토록 할 예정으로, 계약기간은 1년이다.
이 밖에도 삼성화재는 휴직제도를 통해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전직지원을 비롯해 6개월 및 1년형 리턴십(휴직 후 복귀 경험을 하기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근속 10년 이상 직원에게는 1년간 창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계약직 전환 신청은 머지 않아 정년연장 이슈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논의된 것 같다"면서 "정년 연장 가능성에 대비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처인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화재에서 지난해부터 계약직 전환 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정년연장 이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이 같은 행보가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생산성 하락 등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연장까지 현실화될 경우 경영상 부담이 늘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사측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정년연장 시행 이전 비용 절감을 위한 계약직 전환 또는 희망퇴직 시행 등 인력 조정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근로자 법정 정년 연장을 목표로 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 출범 시키는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 등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거쳐 정년연장 법안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 TF 위원장을 맡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차 늦춰지는데 아직도 60세인 정년으로 인해 대한민국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1위”라고 밝혔다.
부위원장이자 TF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할 기회가 제한되는 현실과 저출생·고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 연금 수급시기까지 소득 공백이 있는 상황 속에서 정년연장이라는 담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면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모아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년 연장 TF는 월 1회 정례회의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거쳐 오는 8월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9월 노사 공동 입법안을 발표, 11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행 해마다 임금이 깎이는 임금피크제 시행보다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받고 계약직 신분 전환을 통한 대비가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다면 임금이 깎이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퇴직 위로금을 받고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게 근로자 입장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며 “다만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 사측이 정년 연장에 대비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있음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직원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변경하는 대신 2016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56세부터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직전 연봉의 90%에서 60%까지 낮추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노조연대는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삼성화재가 포함돼 있는 삼성노조연대는 지난 2월 임금협상 공동요구안을 통해 사측에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요구안의 주요 골자는 정년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한편 임금피크 대상자의 임금 삭감률을 축소하고, 임금피크 시행 시기의 1년 연장 등이다.
삼성노조연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노후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삼성이 정년 연장을 선도한다면, 고경력 인력을 계속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5일 기간 동안 업무계약직 전환 및 자회사 전적 공모를 게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는 매년 시행해오던 것으로써 이례적인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 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