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격 국가대표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던 개그우먼 김민경이 돌연 총을 내려놓은 이유를 털어놨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방송과 운동을 병행해 만족할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어설프게 할 바엔 과감히 내려놓겠다는 결단이었다.
11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 4인용 식탁’에서는 김민경이 동료 코미디언 유민상, 신기루를 초대해 MC 박경림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경림은 “민경 씨는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운을 떼며, 과거 김민경이 대단한 사격 실력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지만 이를 이어가기 위해 개그를 그만둘지까지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김민경은 “사격을 하려면 좀 더 집중해야 하는데, 방송과 병행하니 취미밖에 안 되는 느낌이었다”며 “그렇게 해서 대회에 나가면, 누군가가 올라와야 할 자리를 제가 가는 거지 않나. 나가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올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아니면 방송을 다 접고 그냥 여기(사격)에만 집중해서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매니저가 ‘누나 그래도 방송이 일인데 방송하셔야죠’라고 해서 ‘그러면 지금은 나 사격 못 해’라고 했다”고 사격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가 돼서 대회 나가봤는데, (대회에) 또 나갈 거면 더 제대로 해서 더 좋은 순위로 올라가야지 똑같이 머물 거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애매하게 하는 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민경은 IHQ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2021년 사격을 처음 접한 뒤 놀라운 재능을 드러냈다. 탁월한 운동 신경으로 ‘사격 천재’라는 별명과 함께 주목받으며, 2022년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격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에 오른 그는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이후 경기장에서 총을 드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이번 방송에서 김민경이 직접 사격을 그만둔 이유를 솔직히 밝히며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했고, 사격을 대했던 그의 진지한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김민경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KBS 사격 특별 해설 위원으로 활약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과 여자 10m 공기권총 결승전을 중계한 그는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을 선보였다.
“승부욕으로 시작했는데 총을 쏘는 순간 집중하니 기분이 좋고 집중력도 좋아졌다”며 사격의 매력을 전했고, 일반 사격과 실용 사격의 차이를 설명하는 등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욱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특유의 친근한 말투와 현장감 있는 해설은 사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경기의 긴장감과 묘미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여자 공기권총 10m 결승전 중계는 시청률 6.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고, 방송 이후 “사격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다”, “김민경 해설 덕분에 경기 이해도가 확 올라갔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가대표로 국제 무대를 밟고, 올림픽 해설 위원으로까지 활약한 김민경. 비록 선수 생활은 멈췄지만 사격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은 여전했다. 사격을 통해 얻은 집중력과 승부욕은 여전히 그의 든든한 무기이며, 성실하고 진지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는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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