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다" 김해근 중흥토건 대표 영전…대우에스티는 내부 쇄신

2025-12-30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중흥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해근 전 대우에스티 대표의 중흥토건 대표이사(중흥 건설부문 총괄사장) 선임으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이후 이어진 대우에스티의 재무 위기 국면에서 경영 정상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전 대표가 자리를 옮기면서 대우에스티는 내부 승진을 통해 새 대표를 선임하고, 당분간 조직 안정과 체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 김해근, 대우에스티 '구원투수' 공로 인정... 중흥토건 총괄사장行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김해근 전 대우에스티 대표를 중흥토건 대표로 인사 조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적자에 시달리던 대우에스티의 실적 방어를 완수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 출신인 김해근 신임 중흥토건 대표는 2024년 대우에스티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대우에스티는 2024년 2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414억원에 달했다.

대우에스티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적자의 주원인은 '개포동 도시형생활주택' 현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이었다. 김 대표는 해당 현장의 미수금 248억원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며 손실 처리했다.

또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계열사를 통한 긴급 자금 수혈을 주도한 점도 부각된다. 2023년 말 100억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은 2024년 말 270억원으로 급증했고 장기차입금 829억원이 신규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모회사인 대우건설로부터 800억원의 장기 차입을 이끌어냈고 계열사인 한국인프라관리로부터 150억원을 융통했다. 이를 위해 충북 진천군 소재 토지와 건물, 공제조합 출자금 등 가용 가능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는 회사를 성장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우려하던 우발 채무의 현실화를 정리하고 회사가 즉각적인 자본 잠식이나 부도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급한 불을 껐다. 그는 중흥토건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이달 초에도 한국인프라관리로부터 차입한 운영자금 100억원의 만기를 2026년 12월까지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후임 경영진에게 유동성 부담을 넘기지 않고 자신이 벌여놓은 재무적 이슈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정리한 후 영전한 것이다.

◆ 대우에스티, 내부 승진으로 '안정' 택해... 950억 차입금 상환·수익성 회복 과제

김해근 대표가 떠난 대우에스티의 빈자리는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 인사가 채울 전망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는 평가다.

지난 1년간 대우에스티 임직원들은 대규모 적자와 차입금 급증이라는 격변을 겪었다. 연이은 외부 인사 투입은 조직의 동요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핵심 사업인 강구조물 공사와 유지관리 사업의 실무를 꿰뚫고 있는 내부 인사를 발탁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우에스티는 2020년 출범 당시만 해도 대우건설이 직접 나서기 힘든 중소 규모 주택 정비사업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브 브랜드 '푸르지오 발라드'를 앞세워 매출을 불렸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이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결국 지난해 대우에스티의 주택부문 신규 수주는 전무했으며 기존 대우건설의 하도급 물량(철골·유지보수)을 소화하며 연명하는 구조로 회귀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이미 신규 수주가 멈췄고 막대한 차입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고위급 외부 인사를 투입해 새로운 판을 벌일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김해근 대표가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면 후임 대표의 과제는 이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대우에스티는 현재 대우건설과 계열사에 95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지고 있다. 이는 연간 이자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내부 승진자는 더 이상의 외부 수혈 없이 본업의 수익성을 회복해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대표직에 오르는 인사는 기존 부실 현장의 잔여 문제 해결(준공 및 정산), 모기업 및 계열사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 관리, 조직 슬림화 및 비용 절감 등 마른 수건 짜기식 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를 그룹사 차원에서 내년 건설 경기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내년 건설 경기 리스크가 많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며 "(이번 인사는) 중흥그룹의 경영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책임 경영 구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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