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ㆍ돌봄 이어 연명의료까지 손 뻗는 한은...이창용 울컥한 사연

2025-12-1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머니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하면서, 초고령화 시대에 연명의료 문제를 이대로 두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본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개최한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 말기 의료를 중심으로’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은과 건보공단은 연명의료를 주제로 공동 연구를 시작하게 된 취지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시점에 고령화 심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 재정 변화, 장기적 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사회 경제적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민감한 주제인 연명의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생명의 존엄성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한은이 건강보험 재정과 같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너무 커서 이걸 다루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도 많이 제기됐다”면서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게 된 연명의료가 초래할 거시 경제적 문제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은이 전문 지식을 갖지 않은 분야더라도 통계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협업해 좋은 결실을 보여준다는 교훈을 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 이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저희 어머니가 올해 8월에 돌아가셨는데, 가족들끼리도 이 문제도 많이 논의했다”면서 “어머니께서 영양제는 더 넣지 말고 통증만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지나고 보니 어머니한테도 좋은 선택이었고 또 사회적으로 좋은 방법이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연구가 어머니한테 드리는 마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이 총재는 눈물을 참는 듯 목이 메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의사에 따라 더 일찍 결정하게 해야"

이날 한은-건보 공동 연구팀은 회생 불가능한 생애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에 드는 건보 지출이 현재 추세대로면 2070년 약 17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하기 위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018년 시행됐지만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사망자 67%는 연명의료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명의료 시술이 대부분 환자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경제연구원 임금노동실 이인로 차장은 “생명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연명의료 환자가 겪는 고통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피할 수 있던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환자와 가족이 겪는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 말기 의료비 평균은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088만원으로 10년간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연구팀은 “임종기에 다다라서, 가족 손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게 되는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 직전에야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하거나, 가족이 결정하는 소위 ‘벼락치기 존엄사’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 입시, 돌봄, 연명의료까지

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은 최근 거시경제ㆍ금융과 다소 거리가 있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놔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주요 대학의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이 사교육 과열,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고, 이 총재가 “성적순이 가장 공정한 방식은 아니다”라고 직접 언급해 이슈가 됐다.

지난해 3월에는 돌봄 비용을 낮춰야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돌봄 서비스에 최저임금을 다소 낮게 적용하면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저임금 차등화에 반대하는 민주노총ㆍ한국노총이 당시 한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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