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화재 "설립 인가도 안났는데"...금감원, 펫보험사 대표에 인사압박(?) '잡음'

2024-10-17

【 청년일보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가 피감기관의 대표이사를 호출, 그의 입사 동기를 임원으로 영입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적잖은 잡음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인사 청탁이자, 사실상의 압박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 일각에서조차 보험업계 감독 및 검사를 총괄하는 금융당국의 임원이 피감기관을 상대로 특정 인물(?)에 대한 지속적인 인사 청탁 행태에 뒷말이 무성하다.

1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의 차 모 부원장보는 최근 펫보험 전문회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가칭)마이브라운'의 이 모 대표이사를 호출, 면담을 갖고 그의 입사 동기인 유 모 전 금감원 국장을 영입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관계자는 "차 모 부원장이 마이브라운의 모 대표이사를 불러 유 모 전 금감원 국장을영입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 금융당국내에서는 사실상 (유 모 실장이)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가 펫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자본금을 투자해 지난 3월 설립한 국내 첫 소액단기보험사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본인가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 등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 모 부원장보가 인사를 청탁한 인물은 유 모 전 금감원 국장으로, 지난해에도 NH농협생명의 상근감사 인사 개입을 둘러싸고 잡음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NH농협생명 상근감사에는 금감원 국장 출신인 이종욱 현 상근감사가 유력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인선 과정에서 차 모 부원장보가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와 부산대 선후배 관계를 앞세워 유 모 국장을 추천, 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잡음이 일었다.

또한 올해 6월에는 금감원 출신인 김봉진 동양생명의 감사담당 임원이 저우궈단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고 퇴임, 수개월간 공석으로 유지됐던 후임자리에도 차 모 부원장보가 개입해 유 모 전 국장을 내정했으나, 유 모 국장이 공직자재취업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좌절된 바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삼성화재 한 관계자는 "차 부원장보로부터 유 모 국장에 대한 인사 요청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감사자리는 이미 내부 출신이 맡고 있고 준법감사인은 내규상 요건에 부합되지 않아 현재 고문직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도 차 부원장보의 유 모 국장에 대한 지속적인 인사 청탁을 두고 비형평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소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 출신 한 관계자는 "피감기관들이 그동안 금융당국 출신을 상근감사 또는 감사담당 임원으로 영입해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역시 암묵적인 질서를 통해 이뤄져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차 부원장보의 행태는 특정 인물만을 위해 피감기관에 인사를 청탁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내부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유 모 국장을) 영입하기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설립 인허가조차 나지도 않은 신생 보험사에 특정 인물을 내정해 놓은 것은 지나친 처신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 한 관계자도 "보험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보험총괄 임원이 피감기관에 요구한 사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수용해주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이브라운의 경우 신생 보험사인 만큼 공직자재취업 심사 대상에서 재외된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 없이 재취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공직자에 대한 재취업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금융당국 출신들 내에서는 크고 작은 불만들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감독 검사권을 쥐고 있는 공공기관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같은 시기에도 이런 일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건 아직도 관료들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국회(정무위원회)는 오는 24일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감사를 앞두고 있다.

【 청년일보=김양규 / 성기환 / 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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