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이 수도권 지역에 한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수도권은 주거 불안정보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인구 유출 영향이 더 컸다.
국토연구원은 12일 공개한 ‘국토 불균형과 저출산의 관계’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합계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분석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수도권 청년 10명, 부산과 창원에서 거주하는 청년 8명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같은 ‘주거 안정성’이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격이 10% 오를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1명, 조출생률은 0.09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수도권 청년 A씨는 “서울에 들어와서 엄청난 주거 비용을 부담하다보니 처음부터 서울에 살았으면 아이를 안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높은 주거 비용 뿐 아니라 통근시간, 노후도 등 전반적인 거주 환경이 양육친화적이지 못해 출산 결정을 주저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청년들이 선호할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청년 인구가 이탈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통계적으로도 최근 3년간의 고용증가율, 구인율, 이직률, 상용직 비중 같은 ‘고용 안정성’ 지표들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시·군·구별 청년인구 순유입률이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3명, 조출생률은 0.20명 감소했다.
특히 여성이 장기적인 경력 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청년들의 지역 정착과 가족계획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소로 지목됐다. 비수도권 청년 B씨는 “여기는 여성일자리 하면 경리직, 사무직 아니면 프리랜서로 단기알바 같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수도권에 일자리와 인구가 쏠리는 국토 불균형과 저출산 현상이 구조적으로 연결돼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했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의 저출생 대책은 다르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에서는 공공임대주택과 연계한 양육친화적 주거환경 조성 등이 필요한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기업투자 유치에 정책 목표가 집중돼있는 기존의 특구 정책 방향을 개편해 청년이나 여성이 선호할만한 다양한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