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집인척 하세요”… 만연한 불법 공유숙박 도마 위에

2024-11-11

서울시 등록 객실 5000여개 불구

에어비앤비에선 1만6000개 훌쩍

대부분 사각지대 방치 영업 지속

허가 문턱 높아 개인 운영 어려워

업자만 수익… 자유경제 취지 무색

전문가 “공유숙박 진입문턱 낮추고

규제 악용 사업자 처벌 강화해야”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재미교포 최모(30)씨는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최씨는 욕실과 부엌, 세탁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을 원했는데, 서울 도심에서 해당 조건에 맞는 시설을 찾으려면 사실상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최씨는 숙소 예약 과정에서 해당 숙소의 호스트로부터 ‘지인인 척해 달라’는 쪽지를 받고 이러한 숙박 형태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최씨는 “호스트의 말을 듣고 놀랐지만, 주변의 지인들이 ‘이용해도 괜찮다’고 말해 숙박을 했다”며 “이후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가 불법 숙박업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공유숙박 시설의 불법 운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공유숙박 시설 3곳 중 2곳은 불법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문화된 공유숙박 시설에 관한 운영기준을 재정비하고, 전문 사업자의 불법 영업을 막을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서울 숙소는 3월 기준 1만6687개에 달한다. 국내 도심에서 공유숙박 시설을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등록해야 하는데 서울시에 외국인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객실은 지난달 기준 5072개로 약 30.39%에 불과하다. 한옥체험업 등 일부 숙박시설을 제외하면 현재 운영 중인 서울 공유숙소 10곳 중 7곳은 불법 영업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례로 도시민박업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른 실거주 요건이 있어 숙소 호스트가 여러 채를 공유숙박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평동 빌라와 영등포구 오피스텔, 제주 주택 등 3채를 공유숙소로 쓴 의혹을 받는 문씨처럼 개인이 여러 숙소를 공유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업자들이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 등을 숙박시설로 꾸며 영업하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유숙박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공유숙박은 전문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법망을 벗어나 수익을 추구해서 문제가 된다”며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선 공유숙박 진입 요건을 낮추되 불법 운영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유숙박이 기존 숙박업계를 위축시키거나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게 해외처럼 ‘실거주 요건’과 ‘영업일수 제한’을 둬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숙소를 빌려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숙박 영업으로 거둔 수익을 몰수할 수 있을 만큼의 벌금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 연구위원은 “당국이 일일이 불법 운영을 확인하긴 어렵다”며 “영업일수와 임대현황 등 호스트의 거래량 정보를 가진 플랫폼에 대해 정보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지난달부터 자체적으로 새로 등록하는 숙소 호스트에게 영업신고 정보와 영업신고증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미신고 숙소는 유예기간 1년이 지나면 차례로 퇴출당한다.

이 교수는 “공유숙박 제도 초기엔 자율규제를 도입해 시장을 옥죄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이후엔 플랫폼에 신고증 접수나 호스트 정보 등을 제공하는 의무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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