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옛 쓰레기매립장이 '세계적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울산시가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부지에 대규모 문화공연시설 조성을 위한 국제설계 공모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세계적 공연장'이라는 명칭은 이번 공연장 조성 사업의 프로젝트명으로 사용되며, 향후 사업이 완료되면 오페라하우스 등과 같은 정식 명칭으로 바뀐다.
울산시는 24일 "삼산·여천 옛 쓰레기매립장 터에 건립 예정인 세계적 공연장의 기획 디자인을 위한 국제 공모 참가자를 오는 27일까지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 공모는 단순한 건축 설계를 넘어, 울산의 산업 도시 이미지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예술 도시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모 참여 자격은 최근 20년 이내 1000석 이상 공연장을 설계 또는 납품한 실적이 있는 건축가나 건축팀이다. 국내외에 정식 등록된 건축사사무소도 지원할 수 있다.

울산시는 공개 모집을 통해 접수된 팀들과 이미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포함해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뒤, 다음달 18일 최종 6개 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이미 독일 라이프치히 BMW 빌딩을 설계한 영국 자하 하디드, 런던 디자인 메달을 수상한 토마스 헤더윅 등 세계적인 건축가 10여명과 접촉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설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쓰레기매립장 부지를 직접 방문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화여대 캠퍼스복합단지,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공연장을 설계한 이력이 있다.
세계적 공연장은 총 사업비 5000억원(국비·시비 각 25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면적 5만㎡, 지상 5층 규모로 2500석 규모의 1관과 1000석의 2관 등 총 3500석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으로 건립된다. 이는 세종문화회관(2700석), 시드니 오페라하우스(1500석),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2200석) 등 세계 주요 공연장과 맞먹는 규모다. 착공은 2028년, 준공은 2032년 예정이다. 대규모 공연장은 도시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랜드마크로서 국내외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연중 관광객으로 붐비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대표적 사례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울산에 문화시설을 조성한다는 부분이 있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이를 통해 예산 배정 등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또한 상징성을 지닌다.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은 1981년부터 1994년까지 생활 쓰레기가 버려졌던 장소다. 이후 2009년까지 긴 시간에 걸쳐 안정화 작업이 진행됐으며 현재는 나무와 잡풀이 자란 공터로 남아 있다.
당초 울산시는 태화강 인근을 공연장 후보지로 고려했으나 교통 혼잡과 주차 문제 등을 고려해 계획을 변경했다. 접근성과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부지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사업은 환경과 도시 재생이 결합한 모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이 산업도시에서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