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比 주가 하락률, 러·튀르키예 이어 3위 ‘사실상 꼴지’
기준금리 인하·금투세 폐지 낭보에도 코스피 지지부진
한국 증시가 주요 20개국(G20) 중 증시 회복력이 가장 낮은 증시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3달 전 ‘블랙먼데이’(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충격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증시가 빠른 회복력을 보인 반면 한국은 회복 속도가 G20 중 러시아와 튀르키예 다음으로 느렸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수순 등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요인들이 등장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머물렀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2561.15에 마감하며 종가기준 지난달 29일(2617.80) 이후 26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블랙먼데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8월 1일 종가(2777.68)과 비교하면 7.8% 하락한 수치로 같은 기간 G20의 주요 지수 수익률과 비교하면 러시아(-19.83%)와 튀르키예(-17.15%)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이는 블랙먼데이와 같은 대형 악재를 맞은 후 코스피의 회복력이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권이라는 의미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나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터키와 대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회복력은 사실상 G20 중 꼴찌라고 해도 무방하다.
미국(9.66%)·캐나다(9.34%)·독일(6.47%)·일본(3.6%)·이탈리아(3.0%)·호주(2.5%) 등 주요 선진 증시들이 블랙먼데이 이후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도 상반된 흐름이다. 또 멕시코(-0.2%)· 인도네시아(-0.53%)·영국(-2.47%)·인도(-2.91%) 등 블랙먼데이 이전보다 하락한 국가의 증시를 살펴봐도 코스피지수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은 편이다.
특히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부진한 회복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 지수는 블랙먼데이 당일인 지난 8월 5일 12.4%(3만5909.70→3만1458.42) 급락했는데 코스피(-8.77%·2676.19→2441.55)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튿날인 6일 곧바로 10.23%(3만1458.42→3만4675.46) 오르고 8월 13일(종가 3만6232.51)엔 블랙먼데이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증시는 우상향 곡선 추세를 지속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블랙먼데이 다음날인 6일 3.3%(2441.55→2522.15), 7일 1.83%(2522.15→2568.41) 각각 반등한 후 8월16일(종가 2697.23)경에는 블랙먼데이 직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8월 말부터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금투세 폐지 수순 등 긍정적 요인들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했고 한국은행도 지난달 38개월만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이달 말에도 추가 인하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방침 발표 등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만한 요인이었지만 미풍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실적 시즌 효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상장사들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낮은 기대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내 증시가 글로벌 강세장에서 소외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대선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며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이자 낙폭이 과대했고 트럼프 당선 직후 급락세를 보인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업종들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