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 주도주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공통점이 여럿 있다.
봤노라, 제안했노라, 채택했노라. 외부 변화를 눈여겨본 임직원이 이를 활용하자고 건의했고, 경영진이 그 건의를 전격 채택했다. 엔비디아의 한 엔지니어는 2013년 딥러닝 분야에서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내 기존 기술에 신경망을 접목하는 연구를 홀로 진행했다. 그러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했더니, 뜻밖에 젠슨 황은 즉각 그 연구에 흥미를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선언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SK하이닉스에는 2011년 타사가 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시제품이 계기가 됐다. 메모리 대역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제품이었다. 마침 고객사도 관련 제안을 했고, 경영진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신뢰 게임』)

전력투구. 젠슨 황은 신경망과 관련해 제안한 엔지니어에게 “전 직원 8000명 중 원하는 누구라도 당신 팀에 합류시킬 수 있다”며 전권을 부여했다. HBM 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SK하이닉스 임원이 처음에 제시받은 인원은 약 10명이었다. 그는 ‘설령 장렬히 전사하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로 인원을 50~6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상황이 어려웠는데도 경영진은 그렇게 개발팀을 구성해줬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새. 엔비디아는 행동주의 투자 펀드의 공격을 견뎌낸다. 그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AI 시대에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내부의 HBM 회의론, 특히 삼성전자도 이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나온 의구심을 치열한 논의 끝에 떨쳐냈다.
엔비디아는 일찌감치 인텔을 따돌렸고 올해 시가총액 세계 최고 기업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1위를 거머쥐었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