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전기차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중국 배터리 업체가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코프로그룹은 포항시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포항시 인근 지역을 2차전지 공급망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이사회 복귀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실적 부진
에코프로그룹은 2020년대 들어 ‘2차전지 대장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를 만든다.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은 △2021년 1조 4856억 원 △2022년 5조 3576억 원 △2023년 6조 9009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급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의 2022년 주가는 10만 원 이하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3년에는 최대 58만 4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은 정체기를 맞았다. 매출은 2023년 6조 9009억 원에서 2024년 2조 7668억 원으로 59.91% 줄었다. 2023년 156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24년에는 영업손실 341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재 주가는 10만 원 수준으로 2023년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매출 6298억 원, 영업이익 23억 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매출액은 전분기(2024년 4분기)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지난해 3·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분기 흑자전환은 적자의 사슬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자평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전년 동기(지난해 1분기)보다는 여전히 부진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분기 매출 9705억 원, 영업이익 67억 원을 거뒀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1분기에 미치지 못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은 2023년 9525억 원에서 2024년 2998억 원으로 68.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88억 원에서 2024년 영업손실 647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4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전기차 캐즘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캐즘 현상이란 일시적 수요 둔화를 뜻한다. 당장 현대자동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2023년 6만 592대에서 2024년 4만 3802대로 27.71% 감소했다.
친환경 토털 솔루션 기업인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최근 상황이 안 좋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1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44억 원으로 33.1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억 원에서 34억 원으로 53.56% 줄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그룹의 신사업을 이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돌파구는 있을까
에코프로그룹의 향후 실적 전망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이 불안 요소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전방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확충(re-stocking) 수요로 판매량은 분기별로 증가하나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 내 중국 배터리 비중이 증가하고, 단기간에 유럽·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촉진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당분간 신차 사이클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적·정치적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월 1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구·구미·포항을 글로벌 2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산업 기반을 활용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리사이클링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마침 에코프로그룹은 포항시에서 공장 포항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항캠퍼스는 네 곳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1캠퍼스와 포항2캠퍼스에는 각각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입주해 있다. 포항3캠퍼스에는 에코프로이엠,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등 에코프로그룹 계열사가 입주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항4캠퍼스는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에코프로그룹은 포항4캠퍼스가 완공되면 포항캠퍼스는 양극재 27만 톤, 전구체 11만 톤, 수산화리튬 2만 6000톤을 생산하는 대규모 2차전지 산업단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되면 에코프로그룹으로서는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책적 지원만으로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그룹뿐 아니라 국내 주요 배터리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예전 같지 않다.
에코프로그룹은 미국 시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매출 2조 7668억 원 중 미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2.4%인 663억 원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상황이라 미국에서만큼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그룹이 미국 시장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에코프로의 주요 고객사는 SK온, 삼성SDI 등이다. SK온과 삼성SDI는 미국 현지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에코프로가 미국 시장 공급망을 확대하면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높은 기술력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에코프로비엠에게는 중국 배터리 산업을 강하게 견제하는 북미향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에코프로도 이를 인지하고 나름대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2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 대비 상대적인 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대중국 견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십 구조를 만들고 있다. 고객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사업에서 이러한 전략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채 전 회장은 2023년 8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9월 에코프로 상임고문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동채 전 회장이 다시 회장이나 이사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 전 회장이 부재하면 에코프로 최종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임고문을 맡고 있지만 이사회 일원이 아닌 만큼 경영 참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3월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경영 복귀와 관련한 질문에 “에코프로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핫클릭]
· '1조 원 규모' 용산정비창1구역 시공권 두고 현산·포스코 맞대결
· '화장품·건기식·동물의약품' 신사업 도전하는 제약사, 분야 별 1위는?
· '가족친화인증' 기업도 0%대…유통가 육아휴직 사용률 살펴보니
· [단독] SM엔터, 10년 공들인 미국 'LA SM타운' 조성 무산
· 그룹 재무 악화에 정치권 변수까지…롯데쇼핑 상암동 복합쇼핑몰 가능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