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우리가 흔히들 등소평(鄧小平)이라고 불리는 덩샤오핑은 중국의 현대화 건설과 경제 대국화를 이끈 지도자다. 1904년 중국 쓰촨성에서 태어난 그는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눈부신 유산을 남기며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덩샤오핑은 20세기 후반 중국을 고립시킨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혁ㆍ개방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과감한 경제개혁은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중국 개혁ㆍ개방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이유다.
▲덩샤오핑은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이후 중국의 최고 권력자에 올랐다. 그는 그 뒤 본격적인 경제 개혁ㆍ개방 정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상징되는 실용주의 노선을 주창했다.
‘흑묘백묘’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부관흑묘백묘(不管黑猫白猫), 착도로서(捉到老鼠) 취시호묘(就是好猫)’의 줄임말이다. 거기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야말로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이제 흑묘백묘론은 경제분야의 개혁ㆍ개방에 한정되지 않고 실용주의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해서 진보와 보수,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를 표방할 때 곧잘 쓰인다. 비슷한 용어론 남파북파(南爬北爬)론이 있다. ‘남쪽으로 오르든 북쪽으로 오르든 산 정상에만 오르면 된다’는 말이다.
한데 ‘흑묘백묘’는 덩샤오핑의 고향인 쓰촨성 지방의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한 용어다. ‘흑묘황묘’는 ‘검은 고양이든 노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쓰촨성의 속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흑묘백묘론을 자주 인용하면서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가 아닌가”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실용주의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여당은 이 대표의 정체성과 진의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