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버거에 토마토가 없어요"…폭염 끝나자 후폭풍 분다

2024-10-16

가을까지 이어진 늦더위에 먹거리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채소 작황이 부진하고 수산물 어획량도 줄면서 가격이 치솟자 외식업계와 소비자들은 저렴한 대체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소매 기준 주요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추는 100g에 261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8% 올랐다. 무 1개는 2424→3605원(48.7%), 토마토 100g은 930→1317원(41.6%)으로 올랐다. 시금치(35.8%)·배추(32.3%)·깻잎(30.2%) 등은 30%대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채소 가격이 오른 건 때늦은 폭염과 집중 호우 탓이다. 올해 서울 기준 가장 늦은 폭염은 지난달 19일로 폭염 특보제 도입(2008년) 이후 가장 늦은 날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진 고온과 집중 호우로 생산량이 감소한 게 채솟값 상승의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선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엽근채소관측팀장은“이달 중순 이후 무·배추의 출하량이 늘면 지난달보다 가격이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단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싼 배추 대신 저렴한 양배추”

채솟값이 오르자 햄버거 업계는 일부 재료를 빼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버거 제품에서 토마토를 일시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신 소비자에게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 맥도날드는 폭염으로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일부 매장에서 양상추에 양배추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16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롯데리아 버거에 양배추가 섞여 있어 당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상 기온 때문에 일부 채소에서 품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양상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양배추를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비싸진 채솟값에 소비자도 대체 채소 찾기에 나섰다. 양배추 김치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서구 주민 김모(58)씨는“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 양배추 김치 담그는 방법이 나와서 양배추 1통으로 김치를 담갔다”라며 “가격도 저렴하고 익힐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G마켓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 사이 양배추와 오이 거래액이 각각 44%,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G마켓 관계자는 “배추 가격이 오르자 김치를 담글 수 있는 대체 채소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한 먹거리 가격 상승은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꽃게 위판량은 전년 동기 대비 5152→2707톤(t)(47.5%)으로 줄고, 가격은 1㎏당 6210→8410원(35.4%)으로 올랐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서해 연안 고수온 영향으로 꽃게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고수온 특보가 내려진 기간은 71일로 고수온 특보 체계 도입(2017년) 이후 최장 기간이었다.

수급 대책으로 먹거리 물가 잡는다

정부는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농수산물 가격을 잡겠단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원예농산물 생육관리협의체를 통해 생육 관리에 온 힘을 쏟는 한편 이달 말까지 김장재료 수급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가격을 안정화하고 동시에 고수온 종합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고수온 피해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라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수산 분야 기후변화 TF를 가동해 11월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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