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최후진술에 與잠룡 '동상이몽'…洪 "진정성" 吳 "무리수"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후진술을 두고 여권 잠룡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탄핵 반대파’(반탄파)는 “진정성이 담겼다”고 반응했지만, ‘탄핵 찬성파’(찬탄파)는 평가를 피하거나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대표적인 반탄파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25일 저녁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마치자 페이스북에 “임기를 단축해 개헌과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말씀도, 어느 정파와도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는 말씀도 진정성이 보였다”며 “탄핵이 기각 될 수 있는 최종 진술로 보인다”고 썼다. 이어 26일에도 “늦었지만 대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며 이틀 연속 윤 대통령 최후진술을 긍정 평가했다.

헌법재판소를 찾아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지켜 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26일 YTN라디오서 “야당의 국정 마비와 안보와 경제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위기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됐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진심을 알 수 있었던 진술이었다”고 평가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고뇌에 찬 심정을 이해하고 개헌과 정치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찬탄 입장을 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시의회 반대에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투표를 추진했던 2011년 경험을 언급하며 “심정적으로는 (윤 대통령을)크게 이해한다”면서도 “선택한 수단은 무모하고 무리수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여야 어느 쪽을 지지하는 국민이라도 헌재 결정으로 화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임기 단축 개헌을 하겠다는 선언이 돋보인다”면서도 “헌재의 어떤 결정도 따른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고,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결정을 내리고, 우리 모두는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지지층을 중심으로 제기될 책임론과 역풍을 우려한 듯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반탄파와 찬탄파의 엇갈린 반응에는 ‘탄핵 기각’으로 뭉친 지지층을 바라보는 복잡한 속내가 깔려있다. 24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중 91.7%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이들은 전체 응답자 중 45.1%에 불과하다. ‘당심(黨心)’을 겨냥한 반탄파가 연일 “탄핵 기각”을 외치는 이유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찬탄파는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가 절반씩 반영되기 때문에 탄핵을 찬성을 강조할 경우 당심에선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한 중진의원은 “결국 탄핵은 찬성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보다 과감하게 사과하고 더 내려놨으면 당의 부담도 덜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