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196cm, G)이 수비 때문에 고생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식구들의 생각은 달랐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기자 또한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현대모비스는 2024~2025 정규리그에서 정관장한테 2승 4패로 밀렸다. 물론, 정규리그 성적은 플레이오프와 전혀 상관없다. 그러나 상대 전적 열세는 분명 긍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현대모비스는 고민 속에 정관장과 만나야 했다.
핵심 고민 중 하나는 디온테 버튼(192cm, F)이었다. 버튼은 볼 핸들러 유형의 선수. 힘과 파괴력, 패스까지 갖췄기에, 현대모비스로서는 버튼을 수비하기 쉽지 않다. 실전 훈련 때 미구엘 옥존(183cm, G)을 가상의 버튼으로 삼았던 이유.
버튼을 막을 최상의 카드는 이우석이다. 그렇지만 이우석은 공수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우석의 에너지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우석이 긴 시간 동안 버튼을 막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여러 선수가 버튼을 막아야 한다”며 ‘버튼 매치업’을 섵불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버튼 수비’만을 위한 카드는 존재한다. 이승우(193cm, F)가 그렇다. 이승우는 순발력과 힘을 겸비한 선수. 속공 참가로도 팀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승우가 버튼을 막아준다면, 이우석이 힘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이승우도 꽤 중요했다.
# Part.1 : 잘못된 만남 1
정관장이 조니 오브라이언트(200cm, F)를 먼저 내보냈다. 오브라이언트가 7분 9초 동안 10점을 몰아넣었다. 버튼은 그 사이 힘을 축적했고, 정관장은 15-11로 앞섰다. 현대모비스한테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버튼이 1쿼터 종료 2분 51초 전 코트를 처음 밟았다. 이우석의 시선은 그때부터 버튼으로 향했다. 다만, 정관장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함께 지켜봤다. 버튼과 정관장 선수의 파생 옵션까지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1쿼터 마지막 수비 때 그랬다. 이우석은 하프 라인과 탑 사이에서 버튼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버튼의 상체 페이크에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버튼에게 3점 버저비터를 맞았다. 현대모비스가 24-16으로 상승세를 탔기에, 이우석의 수비는 아쉬웠다.
이우석은 2쿼터 시작 23초에도 버튼을 막지 못했다. 버튼의 템포 조절을 인지했으나, 버튼의 순간적인 슛 동작을 막지 못했다. 균형을 잃은 이우석은 2번째 파울을 범했다. 결국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 Part.2 : 대체 카드
이승우가 이우석을 대신했다. 이승우는 탑에서 버튼을 막았다. 자유투 라인 쪽으로 처졌다. 버튼의 3점 공격을 강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승우 혼자만 버튼을 막지 않았다. 다른 현대모비스 수비수들이 양쪽 자유투 라인 끝에 포진했다. 버튼에게 돌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승우와 다른 선수들의 수비 호흡이 꽤 좋았기에, 현대모비스는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2쿼터 시작 1분 55초 만에 버튼을 코트에서 없애버렸다. 임무를 다한 이승우는 벤치로 물러났다. 벤치의 박수를 마음껏 받았다. 이때만 해도, 현대모비스의 분위기는 좋았다. 26-20으로 앞서서였다.
# Part.3 : 잘못된 만남 2
현대모비스는 2쿼터 종료 2분 전까지 오브라이언트에게만 21점을 내줬다. 그렇지만 오브라이언트가 2쿼터 종료 1분 52초 전 테크니컬 파울 및 3번째 파울을 범했다. 정관장 벤치는 버튼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우석이 버튼에게 또 한 번 향했다. 버튼을 따라 왼쪽 코너로 따라갔다. 그렇지만 이우석은 한 발 늦었다. 버튼의 볼 없는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이드 스텝을 했지만, 버튼에게 2점을 내줬다.
이승우가 2쿼터 종료 16초 전 코트로 다시 나섰다. 이승우는 버튼을 귀찮게 했다. 또, 박지훈(184cm, G)의 핸드-오프 역시 잘 대응했다. 박지훈을 막고 있던 서명진(189cm, G) 역시 버튼에게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현대모비스의 수비 계획은 헝클어졌다. 버튼에게 또 한 번 버저비터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앞설 수 있는 기회 역시 놓쳤다. 점수는 42-42였다.
# Part.4 : 위기
이우석은 3쿼터 시작 42초 만에 또 한 번 파울을 범했다. 이우석의 파울이 3개로 늘어났다. 이우석이 버튼을 베이스 라인으로 몰기는 했지만(도움수비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우석이 1대1 수비를 더 이상 하기 어려웠다.
함지훈(198cm, F)과 게이지 프림(205cm, C)이 이우석을 도와줬다. 정돈된 수비에서는 도움수비수로, 속공 수비에서는 블록슛으로 버튼을 봉쇄했다. 버튼의 파괴력을 최대한 줄였다.
서명진도 이우석을 거들었다. 속공하는 버튼과 마주했으나, 버튼의 돌파 동선을 예측했다. 그리고 버튼의 레이업 타이밍에 맞게 손질. 버튼의 턴오버를 이끌었다. 버튼의 신경을 한껏 거슬리게 했다.
하지만 이우석은 버튼의 백 다운 동작과 마주했다. 버튼의 힘을 버거워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모비스의 도움수비 빈도가 많아졌고, 현대모비스의 로테이션 수비 횟수 또한 증가했다. 특히, 3쿼터 종료 3분 49초 전에는 버튼의 킥 아웃 패스와 이우정(184cm, G)의 3점에 휘말렸다. 수비 밸런스를 잃은 현대모비스는 3쿼터 종료 3분 49초 전 52-57로 밀렸다.
숀 롱(206cm, F)이 프림 대신 나섰다. 그러자 이우석은 버튼과 이종현(203cm, C)의 2대2와 마주했다. 이종현의 스크린에 한발 늦게 대응했다. 버튼에게 유리한 지점을 내줬다. 그리고 도움수비수였던 숀 롱이 버튼을 느슨하게 막았다. 그러면서 이우석의 수비는 완전히 흔들렸다. 현대모비스 역시 3쿼터 종료 2분 4초 전 53-62까지 밀렸다. 경기 시작 후 가장 큰 위기였다.
# Part.5 : 마지막 순간
현대모비스는 4쿼터 대부분의 시간을 오브라이언트와 마주했다. 그렇지만 숀 롱과 함지훈이 정관장 페인트 존을 헤집었다. 경기 종료 2분 31초 전에도 80-81. 팽팽하게 맞섰다. 수비가 점점 더 중요해졌다.
현대모비스는 정관장의 베이스 라인 패턴과 마주했다. 그렇지만 5명 모두 자신의 매치업을 꽁꽁 묶었다. 그 결과, 정관장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다. 정관장의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경기 종료 13.8초 전에는 87-84로 앞섰다.
다만, 마지막 수비를 해야 했다. 이우석은 이때 박무빈(184cm, G)과 수비 파트너였다. 버튼과 박지훈의 2대2를 견제해야 했다. 버튼이 박무빈에게 스크린을 걸자, 이우석의 시선은 박지훈에게 향했다. 박지훈을 막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우석과 박무빈의 사인이 약간 엇갈렸다. 이우석이 바꿔막기 대신 버튼에게 갔고, 바꿔막기라고 생각한 박무빈은 박지훈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에 강했던 박지훈이 왼쪽 윙에서 노 마크 찬스를 얻었다. 그러나 박무빈이 간절하게 점프했다. 박지훈과 접촉하지 않는 선에서 박지훈의 슛을 견제했다.
박지훈의 슛이 빗나갔다. 함지훈이 수비 리바운드를 해냈다. 수비 리바운드한 함지훈은 앞으로 뛰는 박무빈에게 볼을 줬다. 볼을 받은 박무빈은 남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우석과 박무빈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은 다행히 묻혔다. 3,800여명의 울산 팬들은 환호했다. 현대모비스가 87-84로 이겼기 때문이다.
# Part.6 : Feedback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긴 현대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92.6%(50/54)를 획득했다. 승장 자격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순간순간 놓치기는 했지만, 준비했던 수비를 잘해줬다”며 수비를 만족스럽게 여겼다.
이어, “버튼 수비수와 고메즈 수비수는 나쁘지 않았다. 또, 오브라이언트 수비 역시 최선을 다했다. 오브라이언트의 기량이 워낙 좋은 거다. 다만,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 활동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수비를 피드백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함지훈은 “국내 선수가 오브라이언트를 막을 때, 숀 롱과 게이지 프림이 도와줘야 한다. 이들의 도움수비 타이밍도 좋아야 하지만, 5명 모두의 위치가 정확해야 한다. 특히, 나와 (장)재석이, 외국 선수 2명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수비를 돌아봤다.
다만, “(이)우석이가 버튼을 워낙 잘 막아줬다. (버튼 수비는) 우석이를 믿고 있다(웃음)”며 이우석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공수 모두 에너지를 쏟았던 이우석을 독려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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