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수퍼위크' 돌입…도시 전체가 'APEC 모드'로

2025-10-27

‘오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문관광단지 일대 교통통제가 예상되오니 차량 우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27일 오전 고속도로를 타고 경북 경주시 경주나들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언뜻 보기에 경주 시내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북적이던 주말을 지나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전 경주 모습은 관광 명소를 둘러보러 온 관광객들이 종종 눈에 띌 뿐이었다.

도로 곳곳서 삼엄한 경비 태세

하지만 보문관광단지 진입도로로 들어서려는 순간 수백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만들고 있었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맞이한 첫날, 주요 인사들의 경호를 위해 경찰이 일시적인 교통 통제에 들어가면서다.

2시간여 뒤 도로 통제가 해제되고 보문관광단지 차량 흐름도 원활해졌다. 보문관광단지로 들어서자 도로에는 일련번호를 창에 붙인 승합차와 경광등을 켜고 달리는 순찰차, 대열을 갖춰 이동하고 있는 싸이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도로 주변에는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신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조형물들도 주요 교차로에 설치돼 있었다. ‘APEC 기간 드론 비행은 불법’이라고 적힌 경고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경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27일 오전 최종고위관리회의(CSOM)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수퍼 위크’에 돌입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디지털과 인구구조, 무역 등에 관한 글로벌 협의의 틀을 강화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일주일간 정상·CEO 모이는 행사

28일에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열리고 31일에는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여하는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정상회의 기간 중 미·중 정상회담(30일), 한·미 정상회담(29일), 한·중 정상회담(11월 1일) 등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행사 개최 도시인 경주는 안전한 진행을 위해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각국 정상들과 CEO들이 집결하는 29일부터는 완전한 ‘APEC 모드’로 들어간다. 주요 도로는 29일 0시부터 다음달 1일 오후 2시까지 통제된다. 경주TG~배반네거리~구황교네거리~보문교삼거리~보문단지로 연결되는 서라벌대로·산업로·경감로·보문로 등 행사에 이용될 주요 도로구간은 참가국 정상 차량 이동에 맞춰 일시적으로 차단된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이뤄진다. 회의장 입구에는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 검색대가 설치된다. 총기나 화약류는 물론이고 라이터나 음료도 반입이 불가능하다. 회의장 반경 3.7㎞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드론을 띄울 수 없다.

보문호수의 경계 태세도 강화됐다. 해양경찰 작전본부는 28일부터 경주 보문호 수상구역과 인근 동해 해역에 대한 해상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다.

해경은 지난 16일부터 보문호 내 수상 수중구역에 해양경찰 특수기동정과 특공대를 상시 배치하고 드론, 수중드론(ROV)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수중검측, 보문호 순찰 등 입체 감시체계를 가동 중이다.

완전한 ‘APEC 모드’ 들어간 경주

경주시는 회의 종료일인 다음달 1일까지 현장상황반을 24시간 운영하며 모든 부서가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특히 보문단지와 엑스포공원 일대에는 다국어 안내체계를 갖추고 의료·안전지원반을 상시 배치해 외국 정상단의 편의를 지원한다.

경주를 대표하는 테마파크인 경주월드도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임시 휴장한다. 경주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알천파크골프장도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운영을 중단한다. 경주신라컨트리클럽도 이달 31일 야간 3부를 운영하지 않는다. 경주 지역 대부분의 학교도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한편 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면서 시민단체들의 집회와 행진도 잇따랐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속 30여 명은 해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이날 오전 경주강변공영주차장에서 옛 경주역인 경주문화관1918까지 2㎞가량을 행진하고 집회를 열었다.

또 보수 단체인 자유대한국민연대은 경주 서부동 중앙시장 네거리에서 천막과 의자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전직 대통령 부부 투옥 반대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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