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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킬케니 카운티에는 젠킨스타운이라는 이름의 성이 있었다. 1805년, 이 성을 찾은 아일랜드 시인 토머스 모어는 정원을 산책하던 중 꽃잎이 다 떨어진 장미 나무에 꽃 한 송이가 혼자 외로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는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사람의 마음을 담은 시를 지었는데, 그것이 ‘여름의 마지막 장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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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한다. 여름날 정원에서 가장 화려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장미이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면 장미의 전성기도 끝이 난다. 전성기가 찬란했던 만큼 그 몰락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한때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장미가 쭈글쭈글한 꽃잎을 하나 둘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생명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머스 모어의 시는 나중에 노래로 불렸다. 노래에는 몇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독일 작곡가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에 나오는 ‘마지막 장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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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떠나면 나도 곧 그들을 따라가리. 진실한 영혼들이 죽어 누워있고, 다정한 벗들이 저 세상으로 날아가 버렸을 때, 오! 누가 홀로 살아남기를 원하겠는가. 이토록 삭막한 세상에”
마지막 절의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인생의 말년에 사랑하는 친구들이 한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그저 슬프기만 한 노래는 아니다. 그 안에 위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절에 보면 “외로운 그대 홀로 남겨두고 나 떠나지 않으리”라는 가사가 나온다. 혼자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게 이처럼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있을까. 이 말처럼 누군가 마지막까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면, 먼 길을 떠나는 나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해준다면 그래도 편안하게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