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델리카트슨
드와이트 가너 지음 | 황유원 옮김
오월의봄 | 336쪽 | 2만2000원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추리소설 책장을 넘기는 안온함. 감자칩을 씹으며 만화책에 푹 빠지는 해방감. 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동시에 채우는, 누구나 꿈꿀 만한 쾌락이다.
‘먹기, 읽기, 먹기에 관해 읽기, 그리고 먹으면서 읽기에 대하여’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제가 붙은 이 책. 그런 쾌락을 추구하고 누리는 삶이 얼마나 근사하고 부러운지 보여준다.
‘뉴욕타임스’에서 20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자는 어려서부터 왕성하고 끝없는 식탐, 무한한 지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몰두했다. 자전적 에세이 성격을 띤 글의 스타일은 퍽 특이하다. 음식을 ‘읽는’지, 책을 ‘먹는’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상태가 지속된다. 자신의 식도락적 체험, 읽었던 책 속에 묘사된 음식 이야기에다 체호프부터 미셸 자우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음식에 얽힌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이 속사포처럼 풀어놓는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맛있는 음식이 빼곡히 진열된 델리카트슨(조리 식품 판매점)에 들어와 넋을 놓고 두리번거리는 상태가 된달까.
음식이든 책이든 그가 펼쳐놓는 방대한 메뉴는 그 자체로 미덕이다. ‘차는 문명의 대들보 중 하나다’라고 쓴 조지 오웰이 차를 끓이는 규칙을 설명한 부분을 읽다보면 아마도 찻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통풍 때문에 그 맛있는 굴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고통을 토로하던 저자가 너새니얼 호손의 표현을 빌려 ‘엄지손가락 죄는 기구로 엄지발가락을 죄는 고통’이라고 소개하는 부분에선 오금이 저릿해지는 통증이 전달되는 것 같다.
먹는 데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 입장에서 이런 책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저자는 “당신이 먹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것은 당신의 성격적 결함을 자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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