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과 절(寺)이 합쳐진 시(詩)

2025-08-19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하면 ‘폭염경보’가 발효됩니다. 유난히 무더운 올해는 폭염경보가 여러 번 발령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인도 갠지스강 중류(中流)에 있었던 마가다국(國)에서 교화(敎化)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 마가다국(國)은 더워도 너무 더운 지역입니다. 대한민국 기준으로 보면 폭염경보가 매일 발효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맑고 서늘한 청량한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시원한 곳을 이상향(理想鄕)으로 생각했습니다. 즉 ‘극락(極樂)’으로 여긴 겁니다. 서울 청량리의 ‘청량’이 불교 용어인 ‘극락(極樂)’과 동의어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사람들은 산과, 계곡, 바다를 찾아갑니다. 공통점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마이산 탑사(塔寺)에도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산사(山寺)를 찾으면 바로 ‘시인(詩人)’이 됩니다. 자연 속에서 작은 인간의 존재를 돌아보게 되는 겁니다. 자잘한 욕망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감정을 말(言)로 표현하면서 자칭 시인(詩人)이 됩니다.

시(詩)는 말(言)과 절(寺)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다시 말해서 ‘절(寺)에서 말(言)을 하면 시(詩)’가 되는 겁니다. 산사(山寺)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스스로 묻고 답하는 침묵의 언어가 ‘시(詩)’로 탄생하는 겁니다.

절(寺)에 가면 ‘해탈문(解脫門)’이라고 있습니다. ‘해탈문’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문(門)’입니다. 쥔 손을 펴라는 문(門)입니다. 쥐고 있는 탐욕과 욕심을 버리라는 문(門)입니다. 올바른 일을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과 말을 하지 말라는 문(門)입니다. 집착하면 몸과 마음은 병들게 마련입니다. 무거운 것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요즈음처럼 역대급 무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폭염(暴炎)’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더위가 없으면 곡식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봄에 새싹이 태어나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견뎌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삼라만상(參羅萬像)의 생물이 이 삼복(三伏)더위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겁니다.

벽암록(碧巖錄) 96장에는 ‘조주삼전어(趙州三轉語)’란 법어가 실려 있습니다. 조주선사(趙州禪師)는 “쇠 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말고(金佛不渡爐), 나무 부처는 불 위로 지나지 말고(木佛不渡火), 진흙 부처는 물 위로 건너지 말라(泥佛不渡水). 참된 부처는 마음속에 있다(眞佛內裡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쇠(金) 부처가 불(火) 구덩이인 용광로에 들어가면 녹아내리고, 나무(木) 부처가 불(火) 속에 들어가면 타버리고, 진흙(土) 부처가 물(水)속에 들어가면 풀어져 버린다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원칙이자 기준입니다. 가서는 안 될 길을 가면 안 됩니다. 정도를 지켜야 합니다.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탐욕을 버려야만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겁니다. 내 생각을 매일 매일 신선한(新) 마음으로 단련하는 겁니다.

삼복(三伏)더위가 지나가고 처서(處暑)가 다가옵니다. 삼복(三伏)더위를 보낸다는 것은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초복, 중복, 말복에는 사람(人)이 개(犬)처럼 바짝 엎드려 더워도 너무 더운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순리(順理)를 거스르고 욕심과 탐욕을 앞세우면 결국 직장을 비롯하여 자기 자신과 주변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삶의 낙오자가 되는 겁니다.

역대급 무더위를 피해서 자연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진실한 마음속 ‘말(言)’을 ‘절(寺)’에서 하는 ‘당신(人)’이 바로 ‘시인(詩人)’입니다.

진성스님 마이산 탑사 회주/(사)붓다 이사장/한국불교태고종전북특별자치도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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