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최근 3년간 포장이사 피해 1만건 넘어
화물 파손이 대다수·배상 합의 등은 37% 불과
울산에 사는 최모씨는 2022년 2월 190만원에 포장이사 계약을 하고 계약금 1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이사업체 직원들은 오지 않았고 연락을 하자 업체 측은 이사 진행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최씨는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업체를 불러 겨우 이사를 진행했다. 최씨는 이후 해당 업체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를 거절했다.
대구에 사는 허모씨는 2021년 12월 210만원에 포장이사 계약을 했다. 이사 당일 계약 당사자 없이 허씨 가족이 이사를 진행했는데 업체측 작업자가 갑자기 약정하지도 않은 사다리차 추가 비용 15만원에 작업자 술값 등 기타 비용으로 5만원을 추가 요구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허씨는 사전 협의 없이 허씨 가족들에게 청구한 15만원에 대해 환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체측은 거부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는 2022년 4월 85만원을 현금으로 내고 포장이사 계약을 했다. 이사 완료 후 물품을 정리하던 김씨는 그러나 4단 수납장이 분실된 것을 알게 됐고 업체에 연락했지만 이사업체는 계속 연락을 회피했다.
최근 포장이사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포장이사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을 분석한 결과 총 1만94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피해구제 건은 13.6%인 1493건에 불과했다.
피해 사유는 화물 훼손·파손이 1044건(69.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계약 위반 152건(10.2%), 분실 101건(6.8%), 부당요금 53건(3.5%) 등의 순이었다. 부당 요금은 계약 사항에 포함된 이사 비용 외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문제는 피해를 입었을 경우 업체 측이 배상하거나 수리보수, 환급, 계약이행 등 합의한 사례가 563건(37.7%)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데 있다.
사업자 주소지가 불명확하거나 사업자가 연락을 회피해 합의가 안 된 사례도 많았다.
실제 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플랫폼을 통해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600명을 설문한 결과 33.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손해배상을 받은 비율은 18.9%에 그쳤다.
배상받지 못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51.5%가 ‘배상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해서’라고 했다.
이에 소비자원이 KGB포장이사·YES2424·통인익스프레스 등 주요 포장이사서비스 플랫폼 13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의 법적 지위나 분쟁해결 기준을 고지하지 않거나 이사업체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 사고 발생에 따른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부과, 이사업체의 계약불이행 시 손해배상이 아닌 시간 변경을 우선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을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플랫폼은 신원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표시해야 한다. 청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사업체의 상호, 대표자 성명, 주소와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등의 신원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플랫폼은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별도의 화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견적과 계약, 포장·인도 등에 관한 약관, 분쟁의 상황별 책임과 보상 산정 방법, 이사화물 사고확인서의 상세 내용, 분쟁 접수시한 및 처리기한 등이 포함돼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계약체결 등 이사업체의 부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며 “포장이사 서비스와 관련한 실효적인 분쟁 해결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