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 소비자가 전력을 직접 사고파는 전력구매계약(PPA) 규모가 제도 시행 2년여만에 1.7GW까지 증가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으로 PPA 경제성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25일 RE100 협의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PPA 누적 계약 규모는 167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누적 계약 체결량 913㎿와 비교하면 84% 늘어난 수치다. 전체 계약 중 한국전력이 중계한 제3자 PPA는 18㎿, 사업자·수요자 간 직접 PPA는 1661㎿로 나타났다. 발전원별로는 태양광이 1279㎿로 가장 많았고 조력(254㎿), 풍력(124㎿)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계약은 23건, 총 766㎿ 규모로 체결됐다. 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3건 늘었고 체결 용량은 78㎿ 감소했다.
PPA는 2021년 10월 법적 근거가 마련, 시행됐다. 시행 첫해인 2022년은 70㎿ 규모 계약이 체결되는 데 그쳤지만 2023년 누적 1GW에 근접했고 지난해 또다시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RE100 대응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태양광 발전 단가 하락이 겹친 결과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올렸다.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인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번 인상됐고 이 기간 인상 폭은 60%를 넘어섰다.
반면, 태양광 제품 가격은 기록적 저점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4년 하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10mm 단결정 태양전지(셀) 가격은 와트당 0.038달러, 210mm 단결정 모듈 가격은 와트당 0.084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단가가 산업용 전기요금과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PPA 계약도 증가했다.
올해도 PPA 시장은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수출 기업 중심으로 RE100 대응에 필요한 PPA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자도 PPA 계약 단가를 높이고 있어 체결 가격은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재생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보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전기요금 대비 높은 구매가격이었다”라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애너지 경제성이 개선된 상황에서 계약 체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PPA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PPA: 전력 수요처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을 거래하는 제도. 일정 기간 SMP와 REC를 더한 고정가격으로 매입하게 된다. 전력 수요처는 직접 재생에너지를 발전하지 않고도 PPA 계약을 통해 RE100 대응,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