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생수 시장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30살을 맞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2025년을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제주’의 청사진을 밝힌 가운데 그 중심에는 제주삼다수가 있습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제주삼다수가 한 세기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품질’을 꼽으며 프리미엄 생수로서 경쟁력을 자신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창립 30주년 비전선포식에 앞서 지난 17일 호텔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미디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백 사장은 생산·유통 체계를 혁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제주삼다수를 한국을 넘어 글로벌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2035년까지 매출 6000억원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1995년에 설립된 공기업으로 공사 매출의 98%가 먹는샘물 제주삼다수에서 나옵니다. 1998년 출시된 제주삼다수는 27년간 누적 판매량이 124억병을 넘어섰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취급률은 3년 연속 95%대를 유지하는 압도적 시장 1위 브랜드지만 최근 급격한 소비 트렌드 변화와 경쟁 격화, 환경 규제 등으로 제주삼다수 역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저가 생수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며 '삼다수 천하'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쿠팡 등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PB(자체브랜드) 생수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PB 제품 점유율은 20%까지 올라왔습니다. 50%를 넘던 제주삼다수 점유율은 올해 1월 기준 40.5%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은 300여개 브랜드가 경쟁하는 각축장으로 변했습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나선 백 사장은 "시장이 어려울수록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수 시장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격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삼다수는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프리미엄 생수로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품질에 사활” AI·자동화·스마트 시스템으로 생산 부문 혁신

"품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백 사장 말처럼 제주개발공사는 고효율·저비용 생산체계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생산 부문에서는 2035년까지 약 2500억원을 투자해 노후 생산라인을 교체하고 AI와 스마트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생산설비를 스마트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자동화 창고와 지하 물류시스템 등을 도입해 생산부터 저장, 분류, 적재, 출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품질 유지와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제주삼다수는 2018년부터 운영 중인 500ml 전용 L5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AI와 빅데이터 기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제주삼다수는 연간 생산량 100만톤을 전량 제주도에서 생산합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섬 특성을 고려해 제주와 내륙을 연결하는 안정적인 물류망 구축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전국 거점 물류센터 구축에 약 860억원을 순차 투입할 예정입니다. 2023년 7월 270억원을 들여 여주 물류센터를 만들었고, 이곳에서 국내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수도권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여주 외에도 권역별 삼다수 판매량 비중, 물류센터 운영 능력 등 고려해 수도권 동쪽 및 남쪽 지역을 추가 물류센터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주삼다수는 기존 야외 보관으로 인한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 변화, 파업 등 외부 변수로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 체계를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백 사장은 "제주삼다수는 자체 물류 공간을 수도권 등 주요 소비지 인근에 점진적으로 늘려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보관 환경을 개선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망을 관리하는 게 제주삼다수의 물류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 쇼핑 확대 추세에 맞춰 유통 및 마케팅 전략도 새롭게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온라인 중심의 묶음 판매와 오프라인 중심 낱개 판매 등 채널별 소비 패턴에 맞춰 판매 전략을 세분화하는 식입니다. 성과도 나고 있습니다. 광동제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라인 매출이 3배 뛰었습니다. ‘제주삼다수 가정배송앱’은 최근 3년간 누적 주문건수가 37% 늘었습니다.
L6로 친환경 스마트 생산체계 마련..2027년 생산량 50% 확대

제주도는 2035년 탄소중립 실현과 2040년 플라스틱 제로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주삼다수도 친환경 제품 생산 체계를 조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50% 감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65%인 무라벨 제품 비중은 2026년 시행 예정인 무라벨 의무화 정책에 맞춰 100%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제주삼다수의 친환경 생산 시스템은 스마트팩토리 L6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올해 착공해 2027년 완공이 목표인 L6 공장은 무라벨 제품뿐 아니라 재생페트와 바이오페트 등 친환경 제품 전용 생산라인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L6 공장이 가동되면 제주삼다수 연간 생산량은 약 150만톤까지 늘어나게 돼 국내외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백 사장은 "2035년에는 기존 생산라인의 스마트화 및 L6를 포함한 신규 생산라인 도입 등 친환경 생산체계를 고도화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제주삼다수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수 시장에서도 친환경 선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원천인 지하수의 청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조명했습니다. 공사는 취수원이 포함된 표선유역 전체면적 207㎢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1%에 해당합니다. 취수원 주변에는 지하수 관측망을 설치해 지하수위, 취수량 등을 상시 체크하고 취수원 수자원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정밀 관리를 수행 중입니다.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맞춰 생수 기업들은 무라벨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고민이 없진 않습니다. 대부분 제품의 외형이 비슷비슷해지면서 개별 제품 판별력이 떨어진 것. 무색인 물에 라벨도 사라진 까닭에 브랜드 대신 가격이나 진열 위치 등이 소비를 좌우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편의점 같은 낱개 판매 채널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습니다.
백 사장은 "색깔이나 병뚜껑 색깔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친환경 순환을 위해 모두 무색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도 "온라인의 경우 대부분 소비자가 '제주삼다수'로 검색 후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 판별에 대한 문제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는 묶음형 패키지 판매가 많은 점도 브랜드 파워를 자신하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한국 넘어 글로벌 'K 생수'로..‘제주’ 빼고 다 바꾼다

국내 생수 시장의 뚜렷한 성장 둔화 흐름으로 생수 기업들의 수출 확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30여개국에 수출한 제주삼다수 물량은 12만4000톤에 달합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내 전체 생수량의 약 54%를 차지해 명실상부 대표 K 생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낮은 해외 인지도와 한인 시장 중심 판매 등이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마케팅 강화와 현지 맞춤 프로모션을 추진해 해외에서 제주삼다수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이 전체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해당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향후 키자니아 등 브랜드 체험 공간 운영, 인기 스포츠 스폰서십 마케팅 전개 등을 통해 제주와 삼다수를 홍보할 예정입니다.
올해 6월부터는 현지 유통 네트워크 강화와 시장 맞춤형 전략 실행을 위해 싱가포르 등 핵심국에 주재원 파견도 예정돼 있습니다. 중화권 시장 진출도 도모합니다. 제주삼다수는 중국 산둥성 지역 2~3개 유통업체와 판매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칭따오~제주 간 정기 화물선 노선을 개설해 수출과 원자재 수입을 아우르는 물류 체계 구축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특히 백 사장은 현지화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제주' 글자만 빼고 해당 국가에서 원하는 대로 다 맞춰주려고 한다"며 "제품에 '삼다수' 글자를 안 넣을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이제는 현지 맞춤형으로 그 나라가 원하는 제품이나 상표, 디자인 등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제주삼다수는 해외 수출 물량을 지난해 기준 1만톤에서 2035년 10만톤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러한 생산·유통·글로벌 혁신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현재 매출액 약 3500억원(2024년) 대비 약 70% 증가한 6000억원 매출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공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최근 환경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먹는샘물 품질인증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회'라고 정의했습니다. 해당 인증제가 공식 시행될 경우 제주삼다수만의 품질 경쟁력을 부각하고 시장에서의 신뢰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제도 강화가 생수 업계에서 품질 관리가 미흡한 일부 업체를 걸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백 사장은 "작년 한 해는 물류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품질과 공급망 관리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유통 구조 변화에 집중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L6 공장 착공 등 생산 인프라 혁신을 위한 작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주삼다수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