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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수능에서는 많은 대학이 자연계열 필수 응시과목을 폐지하면서 일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과탐에 비해 학업 부담이 덜한 사탐을 응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6학년도에는 선택과목 제한을 없앤 대학이 늘어나면서 사탐 선택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수능 탐구 영역에서 '사탐 1과목·과탐 1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의 탐구 과목 성적이 어떠했는지 진학닷컴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진학닷컴 2025학년도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에 수능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중, 탐구에서 사탐과 과탐을 1과목씩(이하 사탐1·과탐1) 응시한 수험생은 1만7481명으로 전체 입력자의 10.9%를 차지했다.(1월 14일 기준) 확률과 통계 응시자 중 4.0%, 미적분·기하 응시자 중에는 15.0%가 이에 해당한다.
소위 '사탐런'이라 불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탐구 성적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7명은 과탐 과목보다 사탐 과목을 더 잘 본 것으로 확인됐다. 71.6%가 사탐에서 더 좋은 백분위를 취득했고, 1.6%는 동일한 백분위를 받았다. 과탐 백분위가 더 높은 경우는 26.8%에 그쳤다. 백분위로만 보면 다수가 사탐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71.6%는 사탐 백분위가 과탐보다 높았지만, 26.8%는 과탐을 더 잘 봤다. 점수로만 보면 26.8%는 사탐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경향은 상위권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사탐1·과탐1 응시자의 탐구 등급을 비교한 결과, 과탐이 1등급인 수험생의 43.0%는 사탐에서도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탐 2등급 그룹에서도 사탐 1등급 취득 비율이 31.4%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과탐 1등급 학생의 57.0%, 2등급 학생의 43.0%는 과탐보다 사탐의 등급이 좋지 않았다. 과탐 3등급 그룹에서도 3분의 1 가까이는 사탐 등급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탐 상위권 수험생이 사탐을 응시할 경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상위권 대학이 정시에서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상위권 학생들이 사탐으로 전환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과탐 1과목을 사탐으로 변경할 경우 학업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다. 다른 과목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을 응시해 좋은 점수를 받은 자연계열 수험생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시 전형을 공략하는 수험생의 경우 등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탐 전환 시 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시까지 고려한다면 사탐 지원 불가 대학, 대학별 가산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