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HBM 칩스

미국의 감자 주산지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존 리처드 심플롯(1909~2008)은 ‘감자칩 왕(Potato Chip King)’이다. 14세 때 학업을 접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부대에 건조 처리한 감자를 공급하며 부를 일구기 시작했다. 1967년 햄버거 제왕 맥도널드에 프렌치프라이용 냉동 감자를 공급하면서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1978년에 아이오와주 보이시시에서 설립된 마이크론에 거액의 초기 종잣돈을 투자했다. 당시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워드 파킨슨·조 파킨슨 등 마이크론 공동 창업자들은 서부의 실리콘밸리 투자자 대신 고향의 사업가들에게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했다. 반도체 문외한인 심플롯도 일본과의 농산물 무역 분쟁을 경험한 터였다. 감자칩을 만들던 그에겐 반도체 역시 같은 칩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포테이토 머니’는 마이크론을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가진 세계 3위 D램 기업으로 살아남게 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한국에서는 ‘반도체칩 머니’로 과자칩을 탄생시켰다. SK하이닉스가 26일 반도체 모양 스낵 제품 ‘허니 바나나맛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스’를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출시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의 약자 HBM은 과자에서 ‘허니 바나나 맛’을 의미하는 약자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반도체 기술을 일상의 재미있는 경험으로 연결시킨다”는 게 기획 의도라 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HBM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서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기술 발전의 새 땅을 개척한 기업의 성과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잘 보여준다. 그건 AI 반도체뿐 아니다. 챗GPT 천하였던 AI 서비스 시장에 ‘제미나이3’의 반격이 시작돼 구글 주가가 폭등했다.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에 버금가는 최신형 D램을 개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HBM에서의 순위 바뀜은 시간문제라는 위기의식도 높다. 감자칩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살려냈듯, 과자칩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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