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삼계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태성(55)씨는 텅 비어있는 가게 2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춘절이라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약의 50%는 취소됐다”며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하는 화·목요일은 격한 시위 때문에 매출이 반토막 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음모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혐오 정서가 확산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시내 주요 관광지인 서울 삼청동 일대는 중국인 여행객이 관광하기에 '무서운' 분위기였다. 헌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은 태극기와 함께 “NO CHINA” “CCP OUT”(Chinese Communist Party OUT·중국공산당 물러가라)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중국인처럼 보이는 관광객이 보이면 “중국인 지나간다!” “너희 나라로 xx라!”라고 외치는 등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여행 온 소피아(16)는 헌재 앞 집회 참가자들이 든 피켓을 한참 바라보다가 “‘NO CHINA’를 보고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며 “관광객으로서 좋은 인상을 갖게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중 정서에 부담을 느낀 단체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하면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1월28일~2월4일)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울상이 됐다. 헌재 근처에서 한복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최근 단체 손님 5~6팀 정도가 취소했다”며 “시위 때문에 오려던 손님들도 발걸음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 손님마다 바로 앞의 ‘NO CHINA’ 피켓을 보고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며 “설명할 때마다 참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왕모(55)씨도 “원래 춘절 시즌엔 가게가 시끌벅적한데, 올해는 하루에 1~2명 정도만 왔다”며 “주말에도 앞에서 집회를 하는데, 소음 때문에 손님들이 이쪽으로 잘 안 온다”고 했다.
관광업계에서는 혐중 시위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60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1637만명 중 가장 많았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당연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관광객을 향한 위협은 국내 여행업계를 위축시키는 등 경제 여건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