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0년 전, 아마존은 AI 음성 비서 ‘알렉사’를 선보여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음성 명령만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뉴스를 들려주고,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고,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제품을 많이 내놨다. 하지만 대형언어모델(LLM) AI시대에 들어서면서 알렉사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무궁무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GPT에 비하면 정해진 명령만을 수행하는 알렉사는 더 이상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사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기존의 알렉사에 대형언어모델을 포함시킨 ‘알렉사 플러스’를 선보였다. 알렉사에 새로운 두뇌를 심은 것이다. 아직은 판매하지 않고, 전문 기자들을 포함한 소수의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는 베타 테스트 중이지만, 리뷰는 별로 좋지 않다. 가장 큰 불만은 기존의 알렉사가 문제없이 수행했던 알람 설정, 아마존을 통한 제품 주문 등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렉사 개발을 이끄는 아마존의 대니얼 라우쉬 부사장에 따르면 문제의 어려움이 결정론적 시스템과 확률론적 시스템의 차이에서 온다. 기존의 알렉사는 엔지니어들이 미리 정해놓은 명령만을 이행하기 적합한 결정론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작지만, 확률론적 시스템에 기반한 LLM은 챗GPT에서 볼 수 있는 환각 증상 등의 오류를 피하기 어렵다. 즉, 알렉사 플러스는 LLM이 들어가서 더 똑똑해졌지만, 오히려 과거에 쉽게 수행하던 기능에서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알렉사 플러스에 여러 AI 모델을 넣어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베타 테스트를 거치고 나면 어느 정도는 나아지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애플이 시리의 업데이트를 미루고 있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어느 기업이 먼저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