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nsight] 美모방 넘어선 中딥시크…韓 머나먼 'AI G3' 도약

2025-02-19

1997년 11월 환란(換亂)이라는 미증유의 국난 속에 집권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벤처·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 당시 경제위기에도 국가적 인프라에 많은 예산을 써 ICT·벤처 강국 도약의 토대를 만들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DJ에게 “새마을운동 시절 고속도로처럼 ‘정보 고속도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 회장은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인공지능(AI)은 다소 늦은 상태”라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의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주요 2개국(G2)인 미국·중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싱가포르가 ‘AI 선도국’인 데 비해 한국은 프랑스·일본·대만·독일·이스라엘·호주·이탈리아·스페인·말레이시아 등과 ‘AI 안정적 경쟁국’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7년 AI G3 수사(修辭)를 되뇌는 형국이다.

신냉전 속 가열되는 미중 패권 전쟁의 초점은 관세 등 무역 전쟁을 넘어 첨단 전략산업 경쟁에 있다. 그중 AI가 핵심이다. 경제·사회의 패러다임 혁신뿐 아니라 안보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보인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우주 경쟁처럼 AI 경쟁이 불붙는다. 중국의 딥시크 R1 모델이 지난달 가성비와 성능 측면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자 일론 머스크의 xAI가 18일 “오픈AI·딥시크보다 우월하다”며 그록3 모델을 공개했다. 생성형 AI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인간과 비슷한 범용 AI(AGI)를 개발하려는 게 G2의 전략이다. AI로 로봇·스마트공장·빅데이터·자율주행·바이오헬스·교육·방산 등의 혁신을 꾀하는 AI-X 에 가속도를 낸다.

2016년 ‘알파고 쇼크’로 한중 모두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으나 지금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중국은 극도의 경기 침체에도 2030년까지 약 2000조 원을 쏟아붓는 ‘AI 굴기’로 미국을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40만~50만 명의 AI 연구자들은 안면인식·의료·결제시스템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수학 천재인 량원펑은 2023년 딥시크를 창업해 한국의 전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맞먹는 1만여 개의 GPU를 활용해 성과를 냈다. 중국에는 즈푸·문샷·미니맥스·바이촨·제로원AI·제웨싱천 등 ‘6마리의 AI 작은 호랑이’도 있다. 바이트댄스·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의 약진이 놀랍다.

AI 최강국인 미국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프로그램에 빗대어 AI에서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메타·테슬라·아마존·팰런티어는 물론 수많은 벤처·스타트업이 선두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데이터 수집 제한 행정명령을 폐지해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측과 같이 발표한 5000억 달러 AI 데이터센터 계획(스타게이트)을 뒷받침했다. AI 규제에 방점을 두는 유럽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미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약진, 영국의 저력, 일본의 자존심, 싱가포르의 질주 등 AI G3 경쟁이 가열된다.

우리도 정치 리스크를 빨리 걷어내고 AI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GPU·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망에 집중 투자하고 데이터 규제를 풀어야 한다. 내년 시행되는 ‘AI 기본법’도 시행령에서 고영향 AI 모델 개발 때 기업의 투명성 입증 등의 규제보다 진흥에 무게를 둬야 한다. R&D 예산 급감의 후유증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에서 벗어나고 의대 광풍 및 이공계 기피 현상,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퍼스트 무버를 격려하는 R&D 생태계도 시급하다. 량원펑은 “중국 AI가 미국보다 1~2년 뒤처졌다고 하나 실제 격차는 ‘창의적 혁신’과 ‘모방’의 차이”라고 일갈했다. 중국 테크몽(夢) 기업인의 말이 마치 한국을 염두에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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