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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폭탄’이 약 4주 뒤면 전 세계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진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각국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유독 자신감을 보이는 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 측에 관세 조치 면제를 정식으로 건의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에서도 자신들만 관세 전쟁에서 빼달라고 당당히 요구한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취향에 맞춘 사전 작업에서 비롯됐다. 실무진의 사전 조율과 같은 통상적인 외교 전략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일본의 치밀한 외교 전략은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보여준 ‘아부의 기술’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시바 총리는 한때 정적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까지 답습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전략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자들을 위한 ‘금빛 사무라이 투구’ 선물까지 받고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시바 총리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조언을 들을 정도로 철저하게 미일 정상회담을 준비한 결과였다.
국제 외교 무대 경험이 전무한데다 자국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마냥 맞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시바 총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차례 만남을 거절당한 경험도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이시바 총리는 1조 달러 투자와 천연액화가스(LNG) 협력 등을 잇따라 제안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혀 새롭지 않은 양국 간 협력 사업을 아부라는 ‘포장의 기술’로 부각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를 통해 관세 부과와 방위비 인상이라는 자국 압박 카드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하게 막았다. 정상회담 결과 일본은 미국에 동맹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드는 데도 성공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인도는 유화책을, 캐나다·멕시코·중국은 맞관세라는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어떠한 방법이 맞고 틀리는지를 지금 알 수는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국이 정상외교 실종으로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앉은 ‘결단의 책상’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