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만나는 사회적 추상…아모레퍼시픽미술관, 마크 브래드포드 전시 [KDF 현장]

2025-10-28

도심 속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이야기하는 예술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미국 추상미술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64)의 개인전 'Keep Walking'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의 포문을 여는 '떠오르다'는 작가가 로스앤젤레스 작업실 주변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광고 포스터, 신문지 등의 인쇄물 조각들을 긴 띠 형태로 재단하고 노끈으로 이어붙인 뒤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는 회화적 설치물로 재구성했다. 브래드포드는 미술관 공간을 회화적 캔버스로 확장해, 사회적 층위와 개인의 경험이 교차하는 장소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브래드포드의 전시는 정형화된 사물, 인물 형태의 그림 대신 감정과 심리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흑인 동성애자로서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온 그는 작품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시각화하고, 사회적 현실을 직조하듯 엮었다.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는 차별을 피하기 위한 20세기 초 중반 흑인 대이주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파랑'은 도시 지도 속 불평등의 구조를 드러낸다. '명백한 운명'은 미국 도시 개발의 현실과 그 속에서 작동하는 권력 구조를 통해 부동산 투기라는 오늘의 현실로 문제를 확장한다.

자신의 신체를 본 뜬 조각물 '데스 드롭'은 퀴오 볼룸 문화에서 파생된 퍼포먼스 동작 '데스 드롭'에서 착안했다. 흑인 청년의 희생과 종교적 상징을 교차시킨 작품이다.

전반적인 작품들의 분위기와 메시지가 다소 무거운 만큼, 관람객들도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전시를 둘러봤다. 브래드포드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시작으로 한국의 전통 미술품을 알리고 지키기 위해 여성, 화장, 녹차와 관련된 공예품, 도자기에 대한 수집 전시활동을 이어왔다.

2009년에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APMA, Amorepacific Museum of Art)으로 명칭을 바꿨다. 미술관이 위치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는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했다. 그는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를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를 갖춘 커다란 달항아리로 표현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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