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다시 흔들···조현범 구속 여파

2025-06-01

새 주인을 맞아 비로소 정상화에 속도를 내던 한온시스템이 또다시 위기에 맞닥뜨렸다. 성장 드라이브를 걸던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구속되면서 체질개선과 쇄신의 강력한 구심점을 잃게 됐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23년 허용했던 보석도 취소하고 조 회장을 이날 법정 구속했다.

갑작스런 회장 공백에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룹 관계자는 선고결과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고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속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조현범 "절박한 심정으로 혁신"···한온시스템에 '칼' 빼들었지만

조현범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경영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미국발(發) 관세 위기와 해외 투자·신사업 등 과제가 산적한 만큼 미래전략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의 강력한 주문 하에 강도 높은 쇄신의 칼을 빼들었던 '한온시스템'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10년 검증 끝에 올해 1월 자동차 열 관리 솔루션 업체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마무리했다. 한온시스템 인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글로벌 자산총액 26조원을 달성해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했다.

특히 이번 기업결합(M&A)은 전기차 시대를 내다본 조 회장의 선견지명과 비즈니스 전략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당시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회장 주도로 한온시스템의 가능성을 10년간 철저하게 검증해 역대급 빅딜을 성사시켰다"고 자평했다.

현재 한온시스템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3년 내 한온시스템을 정상화해 기존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게 조 회장 구상이었다.

하지만 새 주인을 맞은 한온시스템은 체질 개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업황 부진과 수년간 누적된 차입금, 급증한 이자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익 개선과 재무 건전성 회복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결국 조 회장도 칼을 빼들었다.

그는 최근 "한온시스템의 과거 오류, 잘못된 관행을 정확히 분석, 개선해 향후 3년간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당장 지금부터 모든 구성원이 절박한 심정으로 프로액티브(Proactive)하고 적극적인 혁신을 실행하자"고 주문했다.

조 회장이 한온시스템 전략 회의를 주재하며 대외적인 메시지를 낸 것은 인수 후 처음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심점 잃은 한온시스템 '쇄신'···고강도 체질개선 어쩌나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조현범 회장의 구속으로 강력한 구심점을 잃게 됐다. 그만큼 이수일 한온시스템 대표이사 부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올해 1분기 한온시스템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품에 안긴 이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2조6173억원으로 8.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9억원으로 68.5%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2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온시스템튼 "연구개발(R&D)비 자산화 범위 축소와 감가상각비 증가, 고객사 보상 지연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한온시스템의 수익 창출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6조8728억원에서 9조9987억원으로 4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158억원에서 955억원으로 70% 가까이 빠졌다.

한온시스템은 사소한 회계방식 변화부터 조직 안정화, 재무 건전화, 구조조정 등 대내외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당장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전 세계 50여개 공장 중 상당수 공장의 통폐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종의사결정자의 경영 공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한온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 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봉에 서있던 조 회장의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한온시스템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경영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히려 야심찬 한온시스템 인수가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선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공백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 전략을 필요로 하는 한온시스템의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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