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진 63% 번아웃 증상 경험 ···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일과 삶 균형 무너져
웨어러블·알고리즘·챗봇 등 AI 기술 개인 맞춤형 정서 관리 가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번아웃을 겪는 의료진이 늘어나면서 보건인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AI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번아웃은 무기력하고 소진된 느낌이 오랜 시간동안 이어지고 해소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보건산업동향에서 2022년 미국 의료진의 63%가 번아웃 증상을 경험했다며 AI 사용이 번아웃 위기를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사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의료진 번아웃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의료기관인 메이요클리닉의 학회지 ‘Mayoclinic Proceedings’가 미국 의사 2440명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평균 정서적 고갈 점수 38.6% 증가 ▲평균 비인격화 점수 60.7% 증가 ▲1회 이상의 번아웃 증상 경험 62.8% 등의 점수가 나왔다.
이같은 조사 결과들은 코비드19 팬데믹이 창궐한 첫 2년 사이 의료진의 일과 삶 사이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전자건강기록(EHR: Electronic Health Record)의 부담 ▲시스템 비효율성 ▲행정적 부담 등의 시스템적 문제도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미국의사협회지인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웹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을 사용한 의료 종사자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디지털을 활용해 의료진의 번아웃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은 의료진의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번아웃 해소를 돕는다. AI기술을 활용한 정신건강 기기들이 의료 종사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웨어러블·알고리즘·챗봇(Chatbot)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진의 개인 맞춤형 정서관리를 지원한다.
보고서는 의료진을 위한 정신건강 개선 기기 두 가지를 보기로 들었다. 미국 와이사(Wysa)가 개발한 AI기반 인지행동 치료 앱은 감정관리 및 정신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개인·조직·청소년 그리고 의료서비스 제공자 등 다양한 집단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봇(Woebot)사가 개발한 워봇(Woebot)은 인지행동 치료, 대인관계 심리치료, 변증법적 행동치료 등의 전문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제작된 앱이다. 휴대전화나 태블릿 앱을 통해 챗봇과 대화하며, 사용자의 감정을 모니터링 및 관리해 번아웃 해소를 돕는다.
반면, AI를 활용해 의사가 내리는 진단을 돕는 의료기기들도 있다. 한국 마이허브(Maihub)사의 마이링크(maiLink)는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으로, 흉부 엑스레이 판독을 위한 마이링크 CXR ·유방 엑스레이 판독을 위한 마이링크 MMG 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 에이아이메딕(Aimedic)사의 하트메디플러스(HeartMedi+)는 CT 영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심혈관 질환 진단 플랫폼으로, 자동화 시스템이나 단축된 검진 시간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기는 의료진 정신 건강을 직접 개선하지는 않지만 의료진의 업무를 경감시켜 번아웃 개선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산진 관계자는 “의료 종사자들의 근무조건과 정신건강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의료진의 직무 만족도를 높여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며 환자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보고서인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개발-직장인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의사군의 번아웃은 전반적으로 한국 직장인 대비 양호한 편이었으나, 20대 의사군의 번아웃 비율은 한국 직장인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의사군의 주당 근로시간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한국 직장인 대비 다소 짧았으나 전공의와 임상강사 비율이 높은 20대의 경우 56.8시간으로 다른 연령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우울증 조사 결과에서는 한국 직장인의 우울증 의심군은 20대에서 7.1%, 30대에서 6.5%, 40대에서 5.1%가 보고되었고 의사의 우울증 의심군은 20대에서 14.3%, 30대에서 13.8%, 40대에서 6.3%가 보고되어 의사에서 우울증 의심군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전공의와 임상강사로 구성된 20대, 1차병원 개원의, 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