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중국에서 들여온 목화솜의 품목분류를 두고 탈지면(의료용 솜)으로 분류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업체와 이를 거부한 세관 간 분쟁이 벌어졌다.
쟁점이 된 물품은 ‘대한위재압축 탈지면’이라는 라벨이 부착된 대용량 롤 형태의 면제품이다. 카드(card) 공정을 거친 면(cotton)을 여러 겹 적층해 두툼한 솜시트(워딩)로 만든 다음 원기둥 모양(높이 90㎝, 지름 60㎝, 중량 23.7㎏)으로 압축 포장한 것이다.
업체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쟁점 물품을 총 32차례 수입하면서 ‘면제의 기타 워딩제품’(HSK 제5601.21-0000호)으로 신고해 기본 관세율 8%(한·중 FTA 협정관세율 0.8%~4%)를 적용받았다.
이후 업체는 이 물품을 ‘의료용 탈지면’(HSK 제3005.90-1000호, WTO 양허관세율 0%)으로 다시 분류해 달라며 경정청구를 했지만, 세관은 이를 거부했다. 업체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탈지면'인가 '워딩제품'인가…품목분류 쟁점은?
관세율표 제3005호는 내과용·외과용·치과용·수의과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탈지면, 거즈, 붕대 등을 다룬다. 특히 ‘의료물질을 도포하거나 침투시킨 탈지면’이나 ‘소매용 모양이나 포장을 한 탈지면’ 등이 이에 포함된다. 반면 제5601호는 ‘따로 분류되지 않은 방직용 섬유의 워딩(wadding)과 그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즉 수입 당시 물품에 의료용 특성이 갖춰져 있었는지에 따라 분류가 갈린다. 수입 시점에 의약품이 해당 솜에 침투·도포되어 있거나, 병원이나 환자가 바로 쓸 수 있게 소매용 포장된 상태라면 제3005호(의료용 탈지면)로 볼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제5601호(기타 면 워딩제품)로 분류된다.
◆ 업체 “의료용으로 제조…당연히 탈지면 분류해야”
업체는 쟁점 물품이 제조 단계부터 의료용으로 만들어진 의약외품 탈지면이므로 관세율표상 당연히 제3005호에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솜은 생산 과정에서 과산화수소 등 의료용 물질을 솜에 침투시켜 살균·표백 처리를 거쳤고, 대한민국 약전에 따른 엄격한 시험 기준도 충족한 의료용 등급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업체는 품목분류에서 사용 용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제3005호 정의에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약품을 도포하거나 침투시킨 것’이라고 되어 있는 만큼, 제조 단계에서 과산화수소와 같은 의료물질로 처리된 솜은 소매포장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용 탈지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수입 시점에 소독약 성분이 솜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의약품을 활용해 의료용 성질을 부여했다면 그 솜은 이미 제3005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업체는 수입 당시 해당 솜이 의료용으로 사용될 것임을 누구나 식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록 솜이 소비자용 소매포장 형태는 아니지만, 대용량 롤 포장 겉면에 ‘의약외품’ 문구와 식약처 허가번호가 기재돼 있어 의료 현장에서 쓰일 목적의 물품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세관 “대용량 원재료일 뿐…‘탈지면’ 요건 못 갖춰”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수입 시점에는 대용량 면뭉치(워딩) 원재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제3005호로 분류되려면 의료용 약제가 묻어 있거나 별도의 의료용 소매포장으로 용도가 명확해야 하는데 쟁점 물품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관에 따르면 이 솜은 지름 60㎝, 높이 90㎝ 크기의 거대한 롤 형태로 압축 포장됐다. 무게는 23.7㎏에 달해 병원 등 최종소비처에서 즉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즉, 국내에 들여온 후 절단·소분 포장을 거쳐 개별 탈지면 제품으로 판매되므로, 수입 시점에는 완제품이 아닌 중간 원재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관은 관세법 제16조에 “관세는 수입신고 시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라 부과한다”고 규정을 근거로 품목분류는 수입 당시 물품의 객관적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도 수입 시 제시된 물품의 주요 특성과 용도 등 객관적 성상에 따라 품목분류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따라서 비록 이 솜이 장차 의료용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해도 수입된 순간의 모습이 거대한 원자재 덩어리였다면 의료용 완제품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세관은 쟁점 물품이 관세율표상 제3005호의 탈지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관세율표 해설서 등에 따르면 의료용 탈지면은 ①수입 당시 솜에 소독제 등 의료물질이 함침된 상태이거나 ②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의료용으로 바로 쓰일 수 있게 소매 포장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솜은 수입될 때 과산화수소 등의 약품 성분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포장도 환자가 바로 쓸 수 있는 소매용이 아닌 공장 출하 형태의 대량 포장이었다. 즉, 두 가지 기준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조세심판원 “의료물질 처리 안 거친 대용량 솜…5601호 분류 타당”
조세심판원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세관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관세법상 품목분류는 수입신고 시 제출된 물품의 형태와 성상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탈지면으로 분류되려면 수입되는 물품에 의료물질이 침투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의료용으로 바로 쓰일 수 있는 소매포장 형태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쟁점물품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의료용 탈지면이 아닌 일반 면섬유 워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결국 심판원은 세관이 이 물품을 HSK 제5601호(방직용 섬유의 워딩)로 분류해 경정청구를 거부한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업체의 심판청구는 기각됐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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