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의 김치 철학, 우리 고유 김장 문화 함께 나누다
김치명인 이하연의 《별별김치》 출판기념회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김치간에서 개최됐다. 이하연 명인의 반세기 김치 여정을 담은 책 《별별김치》 출간을 기념해 각계 전문가 70여 명이 참석한 이번 기념회는 이 명인이 직접 보여주는 김치 담그기 시연, 고조리서 속 김치부터 현대의 김치까지 김치 역사를 한눈에 보는 김치 전시, 김치와 어울리는 꿀조합 메뉴를 곁들인 김치 시식 등이 진행됐다.


김치에 몰두하며 발효된 평생이 담긴 책
이하연 명인이 신간 《별별김치》를 출간했다. 책 속에는 전통과 혁신을 잇는 김치 78종, 김치요리 10종, 꿀조합 메뉴 등 정확한 계량으로 완성한 김치 레시피부터 김치 홍보와 김치 세계화를 위해 전개한 다양한 활동, 현재 사라져가는 김장 문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문화적 가치까지 꼼꼼히 담았다.
이 명인은 전북 익산시 웅포리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김치를 배운 이래 2014년 해물섞박지로 대한민국식품명인 제58호로 지정되는 등 평생을 김치 문화 보존 및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별별김치》는 단순한 김치 레시피북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손맛이 함께 발효된 시간의 기록이자 세대를 잇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이 명인은 ‘맛있는 김치는 좋은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으로 직접 배추와 고추를 수확하고, 세월을 묵힌 천일염, 발효된 젓갈, 온전한 정성으로 김치를 담그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이치를 보여준다. 이 명인은 “이 책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아니면 어떤 재료도 허용치 않은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오롯이 김치 본연의 맛을 내는 기본에 충실했다. 세밀하게 주재료·부재료·양념·고명을 계량화했고, 절임부터 육수 끓이기, 김칫소와 양념 배합 과정을 정리했다”며, “김장에 도전하고 싶어도 실패가 두려워 용기 내지 못한 사람, 한식을 공부하는 미래 셰프들이 이대로만 따라하면 건강하고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치 세계화 여정에 온 힘 모아 응원
이번 출판기념회는 50여 년을 김치와 함께 해온 이 명인의 마음을 다 같이 축하하고, 김치라는 고유의 음식 문화가 현재와 미래, 국내에서 세계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자리였다. 특히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유청길 회장, 한국외식정보 박형희 대표이사, 한식진흥원 전해웅 사무총장 등 식품·외식산업을 견인하는 인사들이 내빈으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유형길 회장은 축사에서 “이 명인의 김치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이 명인이 승승장구해 대한민국 김치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이곳에 모인 내빈들이 곁에서 더 잘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형희 대표이사는 격려사를 통해 “제대로 된 김치 책을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했다. 좋은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다녔고, 김치의 사계절을 담기 위해 1년 6개월간 촬영했다. 완성된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감동했다”며 “수많은 김치 책이 있지만 《별별김치》만큼 김치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은 없다고 자부한다. 이 명인의 김치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혼이 담긴 책이다. 앞으로도 김치 산업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이 명인의 스폰서가 돼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품 김치를 향한 명인의 소명의식 공유
이하연 명인은 인사말에서 “1800년대 초 규합총서부터 1800년대 말 시의전서까지 기록된 김치는 양반가에서 즐긴 고급 음식이었고, 1960~1980년대에도 동네마다 모여 김장하면서 먹은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1990~2000년대 중국과 교류가 시작되고 중국산 김치가 본격 수입되면서 김치 산업이 하향평준화를 맞이했다. 현재는 식당에서 마주하는 김치들이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가슴 아팠다”며 “김치종주국의 김치명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김치를 명품화시켜 세계에 소개할지 언제나 고민한다. 혼자서는 너무 미약하다.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김치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 역사, 김장 문화 함께 즐긴 시간
이번 출판기념회는 각양각색 김치 및 김치요리의 맛과 멋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이 명인은 1450년 산가요록에 기록된 최초의 김치 ‘배추물김치’부터 대한민국식품명인 제58호에 지정된 ‘해물섞박지’,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위해 선물한 ‘찰스김치’까지 11가지 역사적인 김치를 전시하고 김치별 유래와 특징을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김치 담그기를 시연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김치를 나눠 먹는 시간도 가졌다. 오찬을 위해 차려진 김치와 김치요리의 종류도 20여 가지에 달했다. 김치찜, 김치만두, 김치김밥 등은 물론 김장김치+수육, 섞박지+설렁탕 등 꿀조합 메뉴로 풍성함을 더했다.
김치명인 이하연의 《별별김치》 출판기념회는 이 명인의 책 출간 축하뿐 아니라 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서 세계화를 향한 김치 철학 공유, 김치를 매개로 다 같이 모여 즐기는 한국 고유의 김장 문화 체험을 한 자리에서 확인한 시간이었다.
한편 이 명인이 직접 전문적으로 김치를 교육하는 ‘이하연김치아카데미’가 내년 3월 개설된다. 이하연김치아카데미는 김치의 전통성과 현대적 가치를 이해하고 외식 메뉴에 활용 가능하도록 하며, 이론과 실습을 통해 김치의 제조·발효·저장·응용을 전문적으로 익히고, 김치의 세계화·메뉴화 가능성을 열어 외식업 현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단기과정은 2일차, 심화과정은 김치의 사계절을 모두 경험하기 위해 1년간 10강 교육과정으로 이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