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은 자본주의 두뇌이고 심장이다. 주택임대료 동결, 무상보육, 무상교통 등 극단적, 파격적 정책을 내세운 조란 맘다니를 111대 시장으로 뽑았다. 뉴욕은 어떤 도시인가. 세계외교의 중심, 유엔본부가 있다. 세계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가 있다. 세계 문화의 중심, 브로드웨이가 있다. 옛날 유럽 이민자들이 부푼 꿈을 안고 지친 몸을 배에서 내린 곳이다.
그들은 16세기 이후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하고 경제적 생존을 찾아 높은 파도를 견디며 미국 동해안 작은 마을 뉴욕에 도착했다. 그들의 조상은 누구일까. 중세 이후 물건을 만들고 거래하던 상공업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던 금융업자다. 가톨릭교가 지배하던 농경사회에서 하느님의 뜻에 반한다며 천대와 박해를 받았다. 희망은 장 칼뱅 등 종교개혁에서 왔다. 누구나 '신분에 관계없이' 죄인이고 구원은 예정돼 있으니 직업에 충실하며 열심히 기도하면 된다고 했다. 그들 개신교도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박해를 받으면 네덜란드로, 또 쫓기면 영국으로 옮겼다. 17세기까지 영국은 산업에서 뒤쳐진 국가였다. 양털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했지만 정작 양털로 만든 모직물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역수입했다. 영국은 네덜란드의 상공업자, 금융업자를 적극 받아들였다. 철학적으로 영국은 프랜시스 베이컨, 존 로크 등의 '경험주의' 수혜를 받았다.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을 믿지 말고 끊임없이 실험을 하여 경험에서 진리를 찾자고 했다. 임직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할 때에 “해봤어? 해보고 하는 말이야?”라고 했다는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 회장의 말도 그 연장선에 있다. 영국에서 기술, 금융과 정책의 결합은 발명과 혁신으로 이어져 산업혁명을 일궈내기도 했다. 그들이 유럽의 정치, 경제에 실망해 삶과 꿈을 찾아간 곳이 오늘날 미국이고 뉴욕이다. 최첨단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 경제를 일으키고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인의 심장에 강력한 실행 엔진이 달려 있는 역사적 이유다.
그에 비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은 어떤가. 가톨릭교는 과학기술, 상공업과 금융업을 천시했다. 교회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의심하고 의심해 사이비, 이단, 마녀라고 배척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도 피해자다. 유럽을 풍미한 르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는 어떤가. '의심'을 철학방법론으로 택했다. 의심하고 의심해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나와야 '진리'라고 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언도 의심을 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의 확립을 통해 '이성'을 일깨우고 교회, 국왕 등 지배세력에 대한 권리 주장에 도움을 줬다. '이성'의 성장은 과학기술 연구와 자연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다만 유럽의 '의심' 성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미국 빅테크 중심의 세계 산업이 그들의 권리와 시장을 침해하지 않을까 의심해 강력한 규제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독일은 현대에 들어와 세계대전을 일으킨 국가로서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해 본 경험이 있다. 전쟁은 가장 불행한 '종합예술'이다. 목표를 세우고 적과 우방을 나누며 인적, 물적 자원을 배치하고 작전을 수립, 지휘 통제하는 등 총체적, 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 경험은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통해 정부 주도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수단이 됐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도 그 영향을 받았고, 과거 우리의 산업화도 그들을 벤치마킹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을 거듭하던 미국 중심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인공지능(AI)버블론 등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과거 2000년대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AI버블에 대한 경고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 속내는 버블에 대한 두려움보다 진짜 AI에 돈이 몰리도록해서 빨리 성과를 보자는 목소리로 이해된다. 그 와중에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과정과 향후 전개는 AI시대에 관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것이 뭘까.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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