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시민 의식 덕분에 불법 계엄의 헌정 질서 파괴를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은 27일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좌담회를 통해 계엄 조기 해제와 민주주의 복원의 가장 큰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이들은 ‘민주주의 회복력’이 대한민국에서 증명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대미문의 계엄 사태를 관통하면서 과거보다는 미래, 절망보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게 청년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계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국 상황을 두고는 입장 차를 보였다. 야당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내란 몰이에만 집중하느라 연금 개혁 등 청년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 “전략적인 복수혈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국민은 내란 종식에 대한 확신을 원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정치 양극화에 따른 극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의 본령이 이해관계 조율임에도 최근 정치권은 도리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정치인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 시스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경제성장의 관건은 인재 양성에 있다”고 동의했다. 또 “신산업 지원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입법 활동이 더 중요해졌고 나아가 예산 집행과 편성 시스템의 대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계엄 해제 당시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라면 AI 시대 대한민국 도약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홍석빈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이상훈 정치부장

-계엄 사태 이후 1년 동안 민주주의가 회복되며 한국의 저력이 확인됐다는 찬사가 있다. 반면 극단적 분열로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등으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기반이 약화됐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우리 사회 변화를 어떻게 보나.
△김 의원=계엄 선포 당시 여야 모든 의원들이 우왕좌왕했던 게 사실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잘못된 계엄이고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국민들이 계엄 해제까지 모든 순간들을 지켜주셨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거다. 민주당의 대선 득표율은 50%를 넘기지 못했다. 국민들은 계엄이라는 큰 사건에 국민의힘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거지,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건 아니었다. 민주당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행동을 볼 때 국민 덕분에 지킨 민주주의가 과연 회복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장 의원=계엄 이후 1년은 야만의 시대이자 희망의 시대였다. 헌법 질서와 선거제도,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다 깨졌다. 계엄은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권력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야만적이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만 존재하는 민주주의 회복력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희망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해 감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본다. 야만이 강화되고 그 안에서 희망이 공고해지는 이런 특징들이 굉장히 큰 시대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천 원내대표=계엄이 광기의 복수혈전이었다면 요즘은 전략적 복수혈전의 시대가 된 것 같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증오하는 정치 세력을 일거에 쓸어버리기 위한 광기의 복수혈전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본인들이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을 굉장히 전략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검찰 해체와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등이 그렇다. 특히 대법원에서 본인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자 복수혈전의 칼을 시스템적으로 빼 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재명 정부의 복수혈전이 더 클 수 있다.
△홍 교수=한국 사회가 계엄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면역 체계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시스템이라고 얘기하는 제도적 복원력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 의식이다. 이번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헌정 질서 파괴를 막고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 복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적대적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 개헌과 같은 국가적 어젠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는 것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에서 관용과 절제가 상실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는 개헌 등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쟁을 줄이고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장 의원=우리 당에서 국민주권이라고 하는 시민들의 주체성이 강해지면서 기존의 정치, 언론, 사법, 지성계의 역할론은 완전히 해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기존 방식으로 협치하고 통합하는 게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민들도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치인의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복원과 협치 모델에 대한 답을 아직 못 찾았지만 정치 공간 안에서 시민들이 그 답을 보여주고 계신 것 같다.
△홍 교수=소위 삼김(3金) 시대에서는 정치를 할 때 물밑에서 ‘밀당’을 한다 했을지라도 결과를 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말꼬리 잡기나 비하 등 마치 싸움하듯 느껴진다. 막스 베버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무엇인가 생각해볼 지점이다. 정치인이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 갈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과 문제 해결이다. 이런 실적을 국민에게 성과로 제출하고 평가받아 재선이 되고 3선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들도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책임지는 사회 리더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갈등을 층위별로 제도권으로 흡수시켜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김 의원=계엄 해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순기능을 했지만 정치 양극화에 있어 SNS가 해악을 끼치고 있다. 팬덤이 정치인에 대한 일체화가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욕하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흐른다. 다른 의견을 얘기해서 받을 불이익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 양극화 시대에 SNS 알고리즘을 투명화시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입법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당론에 따라 초선 의원으로서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양성 차원에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87 체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대통령 중임제든 의원내각제든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양보와 타협의 정치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기도 하다.
△천 원내대표=정치 문화의 개선이나 정치인 개인의 수준 향상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정청래 모델’ ‘장동혁 모델’의 성공 스토리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 지금의 제도에서 정치인 개개인이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분열의 정치를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거대 정당들이 서로 어쩔 수 없이 협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 200석 이상의 동의를 받는 형태로 상당히 제약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애당초 선거제도 개편으로 한 정당이 국회 180석 이상을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좋다. 제도적으로 타협을 강제하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타협을 왜 하겠나.
-이재명 정부에서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국회 차원에서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 의원=개헌과 선거제도 개편뿐 아니라 연금 개혁도 대선 전까지 중요 의제로 논의됐다가 지금 수그러들었다. 지난 6개월이 아쉬운 게 이재명 정부가 계속 이른바 ‘내란 몰이’에만 집중했다. 올해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국민들이 이제부터는 이재명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판단하고 지켜보실 거다. 민주당은 다수결이라며 민심을 반영했다지만 사표가 너무 많다. 그런 부분을 국민께 알리고 1~2년 논의하면 이해도가 높아질 거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장 의원=내년에 있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의원들은 ‘내란도 완전히 종식이 안 됐는데 너 뭐 하느냐’고 욕을 먹는다. 민주당 지지층이나 국민들 입장에서 완전한 내란 종식이 체감되지 않는 이상 개헌과 같은 정치 담론이 공론화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 저부터도 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이 풀려나는 것 아닌가’라는 공포가 내부적으로 굉장히 세게 작동하고 있다. 어설픈 봉합이라는 건 없다.
△홍 교수=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책임 규명과 역사적인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에만 묶여 있을 수 없다는 것에는 다 동의하지 않나. 국회의원 각자가 국민의 대표라는 생각을 실현하는 데 있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여야 간 적대적 문화와 이를 자극시키는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히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여야 의원 간에 낮에는 싸우다가도 밤에는 밥도 먹고 서로 의견도 나누는지 모르겠다. 군부독재 시절 이부영·장기표 선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실세들이 생계를 도와주는 일을 곱씹을 만하다.
△천 원내대표=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은 가능하면 줄이고 조용한 다수의, 합리적 시민의 영향력을 높이는 의사 결정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각 당이 당원 투표 비율을 더 높이며 정반대로 가고 있다. 거대 양당의 각 40만 명쯤 되는 열성 당원들이 5000만 명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국민 의사 반영을 줄이면 정당 국고보조금이라도 뺏어야 되는 거 아니냐.
결국 시스템의 문제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왜 더 소신 있고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거기 못 올라간다. 당무 감사에서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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