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진짜 협업’

2025-02-11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 간 협업의 관계 형성은 각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는지 최대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기획자는 일정 프로젝트나 사업의 전반적인 수행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부터 집행·정산을 담당한다. 그리고 전시나 행사 등 문화예술 이벤트의 연출감독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구성했다면, 이에 적합한 예술가는 실행 구성원 또는 참여자, 공동연출자 등의 역할로 합류하여 공통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각자 부여된 역할을 다하며 협업의 관계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을까? 만약 각각의 입장에서 협업을 지속하고 싶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시작한 고민은, 어느새 기획자와 예술가가 동반적인 입장에서 찾고 실행해야 할 협업에 대한 정의, ‘진짜 협업’에 대한 정리로 이어졌다.

그간의 경험에서 묵과했던 협업의 걸림돌들을 살펴보고, ‘진짜 협업’을 위한 요건을 몇 가지 공유해본다.

‘진짜 협업’의 요건 첫 번째는 일하는 태도에 관한 것, ‘책임감 있는 협력’이다. ‘책임감 있는 협력’은 함께 일한다는 관점에서 상호 결정한 수행일정에 대한 시간관리, 업무적 우선 순위 지정, 집중을 의미하며 이들은 기본 중에 기본 요건이다.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실제 협업 과정에서 친분이나 개인 사정을 핑계로 가볍게 여겨지기 쉬운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자와 예술가 서로가 업무적 긴밀함과 의존도가 높은 관계일 때, 해당 프로젝트에 쏟는 시간이 우선적이지 않을 경우 불협화음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요건은, 예술가나 기획자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직간접적인 경험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요건의 부재 시,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짜 협업’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한데, 몰이해를 묵인하며 일하는 관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획자의 예산 확보 과정이나 집행의 수고로움, 예술가가 감당하는 창작의 수고로움을 상호 알지 못하면, 이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의 실행과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러한 부분을 좀 더 알고 인정하는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진짜 협업’이 견고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함에 대한 신뢰감’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홀로 하는 것보다 협업을 통해 각종 위기 상황을 협력해 해결하고, 일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완료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감이 협업 관계 간에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함에 대한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짜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위 세 가지의 요건은 결코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가짜 협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 것도 지역 기획자로서 지속해서 함께 일할 예술가를 찾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에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직접적인 문제인식은 현재의 협업구조와 일하는 태도까지도 깊이 들여다보도록 만들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협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협업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그 안에서 부딪치고 화합하는 협업 당사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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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기획자 #협업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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