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년 반 만의 최고치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지 않고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은 17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7월 CPI와 같은 수치이며 로이터 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예상치와도 일치했다.
지난달 물가 수치는 작년 1월 4.0%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2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ONS는 "8월 인플레이션은 식음료가 주도했다"며 "이 부문 상승률이 지난달 4.9%에서 이번달 5.1%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항공료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전체 지수는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주류, 담배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3.6%를 기록해 전달 수치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수치 발표로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MPC)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4%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영란은행 MPC는 작년 여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지만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착화된 물가 상승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에 0.7%의 성장률을 보인 영국 경제는 높은 세금과 글로벌 무역 전쟁 등의 여파로 2분기에는 0.3%로 뚝 떨어졌다. 특히 7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0%에 그쳐 갈수록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JP모간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자라 노크스는 "영국의 물가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올해 영란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 위해서는 고용 부문에서 더 큰 약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시장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의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있다. FT는 "스와프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이 내년 말까지 한두 차례 정도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짋어져야 할 짐의 무게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성장 동력을 살리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도 회복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에게도 악재라는 분석이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물가 지표와 관련 "가계가 힘들어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경제가 멈춘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걸 안다"며 "높은 생활비에 직면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인플레이션이 9월에 4.0%로 정점을 찍은 뒤 향후 점차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 가격의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오름세를 이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