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현우(정예성 분)는 혼자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다 지쳐 누나 나리(한지혜 분)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나리는 귀찮기만 하다. 대답조차 하지 않는 현우는 혼자 다시 게임기를 잡는다. 아빠는 또 늦는다며 현우를 잘 챙기라는 연락을 한다. 이혼한 아빠, 돌봐야 하는 어린 동생이 나리를 지치게 만든다.
나리는 식은 피자를 데워주고 알아서 먹으라며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방에 들어와서 용돈을 모아놓은 통을 보니 돈이 비어있다. 현우가 과자를 사먹기 위해 돈을 가져다 쓴 것을 알고 불같이 화를 내며 다신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음 날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놀던 나리는 현우에게 친구들과 놀고 있으니 집에 오지 말고 밖에서 놀고 오라고 문자를 보내고 현우는 한숨을 쉬며 놀이터로 향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들은 현우의 슈퍼 마리오 게임기를 발견한다. 1위의 기록은 현우. 게임 누적 시간이 900시간으로 기록돼 있다. 순간 나리는 혼자서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며 외로움을 달랬을 현우를 생각하고 전화를 하지만 현우가 받지 않는다.
그대로 현우를 찾아 나선 나리. 놀이터에서 고학년 초등학생 둘이 현우의 돈을 빼앗으려는 걸 발견한다. 누나의 문자를 받고 향한 놀이터에서 현우는 초등학생 형들이 그네 아래서 땅을 파 돈을 줍는 걸 보고 따라 했고, 형들은 현우의 돈을 빼앗으려 했던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 현우는 놀이터에서 주운 돈을 나리에게 건넨다. 생각이 많아지는 나리다. 나리는 친구에게 집에 있는 게임은 슈퍼마리오 구 버전이고, 이번에 새 버전이 출시됐다는 이야기와 현우가 집 오는 길에 슈퍼마리오 최신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걸 떠올린다.
나리는 용돈을 털어 동생에게 게임팩을 선물하고 함께 슈퍼마리오 게임을 시작한다. 언제나 1플레이어 버튼을 누르던 현우는 이제 2플레이어 버튼을 꾹 누른다.
나리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점점 관객을 '현우의 세계'로 인도한다. 처음엔 귀찮고, 짜증스럽고, 방해되는 존재로만 보였던 동생이 사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었단 걸 깨닫는 순간, 나리의 감정 변화는 관객에게도 뭉클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는 가족 간의 갈등과 무관심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선명하게 묘사한다. 누나에게 돈을 주기 위해 놀이터에서 동전을 줍거나, 동생에게 줄 게임팩을 사는 식으로 일어난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보다는 행동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이 서사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마지막 장면. 1플레이어였던 현우가 2플레이어 버튼을 누르며 나리와 함께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은, 같이 게임을 한다는 의미를 넘어, 남매의 애틋한 감정을 귀엽게 풀어냈다.
'2플레이어' 이상미 감독은 가족영화라는 익숙한 장르 안에서도 또렷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내 온기를 불어넣는다. 엔딩크레딧을 슈퍼마리오 버전으로 만든 것도 재치 있게 다가온다. 러닝타임 15분.